[자동차 특집]현장에서/장기 무사고-수입차가 ‘봉’인가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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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자동차 보험료가 1년에 몇 번씩 오르는 거예요.”

한 독자는 최근 기자에게 “15년간 한 번도 사고를 안 냈는데도 보험회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끌어다 대며 보험료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걸핏하면 자동차사고 증가로 손해율이 높아져 회사 운영이 힘들다는 자료를 내놓곤 한다. 그러다 내놓은 자료를 근거로 보험료를 슬금슬금 인상해 왔다.

보험사들은 이달 초 ‘장기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는 낮은 반면에 사고율은 비슷하다’며 보험료의 최고 할인율인 60%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무사고 보험가입 기간을 현행 7년에서 내년부터는 단계적으로 10∼1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수입차 보험료 인상을 위해 기초 통계자료를 분석한 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수입차에 대해 인상된 보험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수리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국산차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차등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통계자료와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다.

우선 보험 사기와 과잉 정비 등 손해율을 높이는 다른 요인들이 많은데도 대부분의 ‘선량한’ 일반 운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점이다.

또 보험사들은 수입차 수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수입차 회사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수리비를 낮추도록 요구해야 하는데도 ‘만만한’ 가입자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려 하는 것도 문제다.

한때 보험대리점을 운영했다는 김모(46) 씨는 한 인터넷 자동차동호회에 올린 글에서 “수입차의 대당 수리비는 높지만 국산차에 비해 안전장치가 많아 인명 피해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산차에 비해 그다지 손해율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복잡한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만드는 통계는 보험료를 올리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험은 영리와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이다.

보험사에 주어진 공익적인 책임을 생각한다면 통계자료를 들이대며 보험료만 올리려 하지 말고 새나가는 돈을 먼저 막아 국민의 부담을 줄여 주려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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