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브랜드 푸른 바다로 헤엄치다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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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0년대까지 붉은색 ‘K마트’로고는 미국 할인매장의 상징이었다.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은 “당시 K마트는 모방의 대상이었다.” 때론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K마트의 강점은 브랜드 제품을 비교적 싸게 파는 데 있었다. 대도시 고개들은 인지도 높은 상품을 좋아했고,K마트는 ‘도시형 할인점’이란 고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열세에세 출발한 월마트의 전략은 달랐다. 매장은 농촌지역 소도시에 들어섰고 질 낮은 제품으로 저가정책을 폈다. K마트와 다른 ‘서민형 할인매장’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후발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택한 K마트의 전략,저렴한 자사상표 제품을 공급해 브랜드 이미지를 스스로 훼손했다. 외형상으론 매장이 늘고 사업영역도 확장했지만 소비자들은 점점 외면했다. 쇠락을 거듭하다 2002년 파산법원에 구조조정을 신청했다.

#2 1978년 미국 버몬트 주에서 창업한 ‘벤&제리’는 미국인에게서 사랑받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중 하나다. 프로즌 요구르트 등의 독특한 맛으로 인기를 끌며 번창했다. 벤&제리는 1990년대에 큰 위기를 맞는다. 제3세계 국가의 영세업체에서 원료를 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세계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매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벤&제리의 대응은 신속했다.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조치를 취했다. 일부에선 여전히 의심했지만 선행을 통해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난국을 돌파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해결의 원동력은 창업 초기부터 꾸준히 지속한 사회환원정책이었다.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와 환경 보호를 위해 돈을 써 온 덕분에 고객들은 벤&제리의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지금도 미국 소비자들은 벤&제리 하면 건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떠올린다.》

브랜드는 기업의 운명과 직결된다.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상표가 아니다. 기업 조직을 아우르는 총체적 개념이다.

영국의 브랜드 권위자 월리 올린스는 “브랜드는 사회문화적 정체성”이라고 했다.

사례에서 보듯 브랜드 실패는 시장에서 퇴출을 의미한다.

파워 브랜드 확립은 모든 기업의 최우선 과제다.

국가나 비영리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생존경쟁, 레드 오션(Red Ocean)의 세계다.

레드 오션에서 승리가 끝이 아니다.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새로운 브랜드가 뛰어들고 쓰러진 기업이 살아난다.

어떤 경쟁력 있는 브랜드도 끝없이 위협받는다.

기업들이 블루 오션(Blue Ocean)이란 자신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얻으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제는 브랜드의 진화다.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모른다.

돌보고 가꾸지 않으면 사그라지는 “살아 있는 생명체”(데이비드 아커)다. 바다 속 생선마냥 싱싱하게 펄떡거린다.

한 길을 가는 꿋꿋함이 블루 오션 브랜드를 만들기도 한다.

상황마다 적확하게 대처하는 카멜레온 전략이 정답일 수도 있다.

기업마다 블루 오션으로 진입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한국 기업의 브랜드는 세계시장에서 블루 오션에 얼마나 급접했을까.

4개 대표 브랜드가 푸른 바다(블루 오션)를 향해 헤엄쳐 가는 전략을 살펴봤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는 7월 공개된 ‘세계 100대 브랜드’(인터브랜드 발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브랜드. SK텔레콤은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모두 국가신용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최고제품하면 삼성’ 굳히기▼

삼성전자는 2000년 국내 최초로 세계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빠른 속도로 브랜드 파워를 키워 가고 있다. 지난해 ‘워크맨’의 소니를 제치고 전자업계 1위에 오르더니 올해도 8%나 브랜드 가치가 상승했다. 2010년 목표는 브랜드 가치 700억 달러이다.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은 한마디로 전방위 전략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FC의 유니폼에 새겨진 ‘삼성 모바일’은 국내에도 유명하다.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에서는 각각 승마와 비치발리볼을 후원한다. 러시아에서는 트레차코프 국립박물관을 지원하고 노르웨이에선 2010년까지 노벨상 전시회를 독점 후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목표는 간단하다. 축구하면 펠레, 운동화하면 나이키를 떠올리듯 전자제품하면 삼성이 생각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각 나라에서 가장 호응도 높은 분야를 공략해 애니콜 파브 지펠 등을 제품 이름이 아닌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성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TV시장에서 파브가 진출 29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펠레는 축구의 아이콘으로 세계 축구팬의 존경을 받는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의 이종석 전무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로 전자업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세계 전자업계의 황제, 펠레 브랜드의 등장이다.

▼‘Design First’ 깃발 펄럭▼

프랑스의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은 거친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아트 사커의 지휘자’다.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이 지단의 예술성을 인정해 올해 에든버러 아트페스티벌에 전시된 지단의 경기 필름을 20만 달러에 사들였을 정도다.

블루 오션 경영을 올해의 화두로 잡은 LG전자의 행보는 이 ‘예술’에 초점을 맞췄다. 6월 블루 오션의 핵심으로 ‘디자인 퍼스트’를 선언하더니 1호로 ‘아트 디오스’를 선보였다.

냉장고 등에 화가 하상림 씨의 꽃 그림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특수공법으로 새겨 우아한 세련미를 표현했다. 순수예술과 전자제품의 만남에 LG전자가 투입한 디자인 개발비용만 약 300억 원.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사장과 협력한 작품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스웨덴의 휴대전화전문지 ‘모빌’이 ‘레이저폰 킬러’라는 별명을 붙여준 초콜릿폰에서도 현대적 예술 감각이 잘 묻어난다. 불필요한 기능과 장식을 과감히 삭제한 ‘심플 앤드 미니멀(simple & minimal)’ 콘셉트는 전자제품 디자인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뱅앤드올룹슨의 오디오나 애플의 아이팟과 같은 반열로 인정받는다.

결과는 산업디자인 부문의 세계 3대 디자인상 석권. 한국 최초로 독일 ‘레드닷’ 최고디자인팀의 영예를 얻었다. 독일 ‘iF디자인상’과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의 ‘IDEA 디자인상’도 받았다.

LG전자가 브랜드에 예술성을 심는 데 주력하는 것은 “디자인은 단순한 제품의 외관이 아니라 고객의 삶을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힘”(김쌍수 부회장)임을 알기 때문이다. 독일 월드컵의 박치기가 아니라도 실제로 필드에서 매너가 거칠었던 지단이 팬들에게 ‘신사’로 기억되는 것은 그의 브랜드 ‘아트 사커’ 덕택이다. 아트 브랜드는 소비자의 인식도 바꾼다.

▼클래식 럭셔리 카로 질주▼

한때 미국 토크쇼에서 심심할 만하면 ‘질 낮은 차’라는 조롱거리로 등장했던 브랜드. 19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연간 10만 대 생산 공장을 세웠지만 소비자의 외면으로 문을 닫은 자동차 브랜드. 현대자동차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굴하지 않았다. 품질과 이미지를 집요하게 바꿔나갔다. 올해 미국 JD파워의 신차 품질조사에서 현대차는 도요타, 혼다에 BMW마저 제치고 3위에 올랐다. 1, 2위를 차지한 포르셰(80위)와 렉서스(92위)의 브랜드 가치는 이미 현대(75위)보다 낮다. 멈추지 않는 두 개의 심장, ‘습격자’ 박지성을 닮았다.

박지성도 현대자동차도 ‘반짝 스타’가 아니다. 한 길만 보고 묵묵히 뛰어왔다. 2, 3년이 멀다하고 새 브랜드가 등장하는 한국에서 1985년 선보인 중형차 ‘쏘나타’를 유지하는 유일한 자동차 브랜드다.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가장 본질적이고 클래식한 방법, 한결같이 꾸준하게 제품의 질을 높였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역경을 뚫었다.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려고 현지에 R&D연구소를 세웠다. 미국엔 캘리포니아 치노연구소, 어바인 디자인연구소, 미시간 디트로이트연구소,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갖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일본 도쿄 인근에도 R&D센터가 있다. 해외 소비자들은 더는 현대차를 저렴한 승용차의 대명사로 꼽지 않는다.

블루오션 브랜드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차는 끈질기게 두드렸고, 그 문은 이제 열리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슬로건은 체격과 기술이 월등한 유럽 선수들 틈에서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박지성에게 한국 국민이 전하고 싶은 바람이다.

“Drive your way(너의 길을 가라).”

▼테크놀러지의 글로벌 리더▼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국가에서 실력을 쌓았다. 덕분에 강국 출신으로 인정받지만 큰 시장엔 훨씬 많은 경쟁자가 버티고 있다. 그때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방법은?

답은 한 차원 높은 기술을 보여주는 것. 축구로 치면 호나우지뉴, 통신업계에선 SK텔레콤이다.

브라질은 축구선수 수출로만 12년 동안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나라. 그러나 호나우지뉴가 ‘브라질이 아니라 외계 출신’이란 브랜드를 얻은 것은 그가 현역 최고의 테크니션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5월 미국에서 시작한 이동통신 서비스 ‘힐리오(Heilo)’. 미국의 어스링크가 프리미엄급 서비스에서 SK텔레콤과 합작한 이유를 스카이 데이튼 힐리오 사장은 명쾌하게 설명했다. “한국 이동통신기술이 미국보다 3년은 앞섰다. 최강자와 손잡는 것은 당연하다.”

기술 브랜드의 진가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다. 글로벌 사업의 첫 단추로 2000년 시작한 베트남 이동통신서비스 ‘S폰(Fone)’의 성공, 지난달 29일 중국 정부와 독자 3세대 이동통신기술(TD-CAMA) 사업의 공동 진행에 합의한 것도 역시 기술적 바탕으로 가능했다.

SK텔레콤이 최근 런칭한 브랜드는 ‘T’. 통신(telecom) 기술(technology) 최고(top) 신뢰(trust)가 집약됐다. 기술적 우위로 최고의 신뢰를 얻는 것. 호나우지뉴는 “신은 어떤 이에겐 글 솜씨나 춤 실력 등을 줬다. 내겐 축구 기술을 줬고 난 내 능력을 펼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기술 브랜드’ SK텔레콤이 능력을 펼칠 때다.

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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