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회사들, 네 정체를 밝혀라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코멘트
코스닥 상장 기업 소마시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의 99.7%가 전자회로 기판 제조에서 나왔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 밝힌 사업 목적은 전자회로 기판 제조 등 9가지였다.

그런데 올해 7월 본업과 동떨어진 22개의 새로운 사업 목적이 정관에 추가되면서 단순했던 이 회사 사업구조가 복잡해졌다.

추가된 사업 목적은 바이오디젤 대체에너지 개발, 농작물 재배와 판매, 철근콘크리트 공사, 유원지와 관광시설 건설, 숙박시설 운영과 임대 등이다. “도대체 뭐 하는 회사냐”는 말이 나올 만하다.

소마시스코리아뿐만이 아니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는 10여 개의 사업 목적을 무더기로 추가하는 사례가 유행처럼 늘고 있다. 실속 없이 간판만 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사업 목적이 도대체 뭐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사업 목적을 추가하거나 변경한 코스닥기업은 56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꺼번에 10개 이상의 사업 목적을 추가한 회사는 6개다.

전산시스템 컨설팅업체 메타넷비티에스는 6월 이사회에서 19개 사업을 추가하고 8월 14일에는 회사 이름을 헬리아텍으로 바꿨다.

새 사업에는 생명공학과 신약 개발, 문화 콘텐츠 기획, 물류, 교육, 관광 등 코스닥시장에서 인기를 끈 업종이 대부분 포함됐다.

사업 목적을 넣었다 뺐다 하는 ‘갈팡질팡형’ 회사도 있다.

평판디스플레이(FPD) 제조업체 태화일렉트론은 지난해 12월 영화 제작과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7월에는 다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발을 빼고 태양에너지 시스템 판매, 소프트웨어 개발 등 16개 사업을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나머지 회사도 사정이 비슷하다. 공장 설비 제조업체가 음반 제작에 뛰어들고 카지노업체는 노인용 의료기기를 팔겠다고 나섰다. 가방을 만들던 회사가 엔터테인먼트업체가 되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관광 사업에 손을 대는 일도 있다.

○ 금융 당국은 “문제없다”

이런 기업들은 사업 목적을 추가하면서 대부분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사업 목적 변경이 잦은 기업들 가운데 본래 하던 사업의 규모가 커져서 사업상 필요해 관련 사업을 추가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꼬집는다.

삼성증권 정영완 투자정보파트장은 “기존 사업과 동떨어진 분야에 진출했다가 낭패를 본 기업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고 했다.

문제는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널뛰기식 사업 목적 변경으로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새 사업을 시작한다고 공시하면 주가가 잠깐 오르지만 대부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하락세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는 없다.

금융감독원 최규윤 공시감독국장은 “사업 목적 변경은 회사의 자율 권한으로 공시만 제대로 하면 내용에 대해서 뭐라 할 수 없다”고 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