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가전-통신-건설업체 홈 네트워크 선점경쟁

  • 입력 200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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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디지털 액자’ 서비스를 이용하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집에 있는 디지털 액자에 올릴 수 있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SK텔레콤의 ‘디지털 액자’ 서비스를 이용하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집에 있는 디지털 액자에 올릴 수 있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아파트 로비. 출입문에 부착된 센서가 A 씨의 얼굴을 알아보고 문을 연다.

경비 데스크 앞 전자게시판엔 ‘택배가 와 있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누를 필요가 없다. 엘리베이터가 알아서 A 씨가 사는 층에 선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린 A 씨. 자신이 좋아하는 물 온도를 맞춰 주는 ‘스마트 욕조’에 몸을 담갔다. 목욕이 끝나면 TV를 보는 시간. 리모컨을 누르자 천장에서 TV가 내려온다.

‘빨래를 걷어야겠군.’ A 씨는 베란다로 향했다. 아파트 주변 지역의 날씨를 알려 주는 국지 기상관측시스템이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질 것이라고 예보했기 때문이다.

영화 같은 A 씨의 하루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 4월 ‘2006 래미안 스타일 발표회’에서 홈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선보인 미래형 아파트의 모습이다. 홈 네트워크는 가정 내 디지털기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해 정보를 공유하고 제어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말한다.

가전, 통신, 건설업체들은 홈 네트워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저마다 특성 있는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가전, 통신, 방송이 융합된 형태의 홈네트워크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업체 간 ‘짝짓기’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 디지털솔루션센터장 권희민 부사장은 “고객의 생활공간뿐 아니라 삶까지 바꿔 주는 지능형 미래 주거공간을 실현해 21세기 유비쿼터스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홈 네트워크는 진화 중

“가스는 잠갔니?”

외식을 하다 갑자기 가스 밸브를 걱정하는 어머니. 휴대전화를 꺼내 든 딸이 안전하게 가스 밸브가 잠긴 사실을 확인하고 웃는다.

지난해 방영된 GS건설 자이의 광고 속 한 장면이다. GS건설은 인터넷, 휴대전화를 통해 정보가전, 조명, 가스 밸브 등을 제어하는 기존 시스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방범과 화재 대비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GS건설이 최근 개발 중인 홈 네트워크 기술은 헬스케어 시스템. 입주자의 건강 상태를 단말기로 점검해 의료기관에 데이터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전자업계의 ‘양대 산맥’ 삼성과 LG는 자사의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홈비타’는 삼성전자의 홈 네트워크 전문 브랜드.

홈비타는 대화면 디지털 TV로 인터넷, 쇼핑, 뉴스, 게임, 교육서비스 등 디지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디지털 TV 포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또 인테리어를 포함한 맞춤형 홈시어터 시스템, 건강측정기를 통한 건강 솔루션, 집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엘리베이터 솔루션, 공기청정 시스템을 통한 환경 솔루션 등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의 홈 네트워크 브랜드는 ‘홈넷’. LG전자 홈넷은 지난해 11월 독자 개발한 고급형 홈 네트워크 솔루션인 ‘홈넷 서버’를 상용화해 화제가 됐다.

홈넷 서버는 1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집안의 가전제품 제어와 외부 동영상 모니터링, 세대 간 화상통화, 방문자 동영상 확인이 가능한 제품. LG전자는 지난해 11월 광주 삼라 마이다스 아파트 250가구에 홈넷 서버와 홈넷 전용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전용 PDP TV로 방문객을 확인하고 문도 열어 줄 수 있다.

통신회사들도 홈 네트워크 사업에 적극적이다. 홈 네트워크의 특성상 휴대전화, 인터넷과 연계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

SK텔레콤은 가전제품 제어, 화재감시 등 기본 서비스 외에 디지털 액자(러뷰), 펫 케어(Pet care)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디지털 액자 서비스를 신청하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곧바로 집에 있는 디지털 액자에서 볼 수 있게 된다.

○ 전자-건설-통신 짝짓기 열풍

초기의 국내 홈 네트워크 사업은 건설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새로 짓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는 조만간 홈 네트워크 시장의 무게중심이 신축 아파트에서 기존 주택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 통신, 건설업체들은 저마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전략으로 택하고 있다. 업태, 업체 간 기술 및 사업 제휴가 활발해진 것.

특히 정부의 디지털 홈 시범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KT는 삼성전자 KBS MBC 위니아만도 대림산업, SK텔레콤은 LG전자 하나로텔레콤 SBS SK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 5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홈 네트워크 관련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유비쿼터스 아파트에 적합한 소프트웨어 ‘하우징 프레임워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7월에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정부의 디지털 홈 시범사업 컨소시엄과는 별개로 전략적 제휴를 맺어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의 홈 네트워크 장비와 SK텔레콤의 플랫폼(HOMS)을 연동해 휴대전화로 가전제품, 가스 등을 제어하는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홈 네트워크:

가정 내 디지털기기들을 네트워크로 통합하여 정보공유-제어하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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