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급 매장… 테마숍… 백화점의 도도한 변신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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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선 기자
그래픽=이진선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 6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스포메카’.

지난달 14일 이곳에서 아디다스 주최로 축구선수 조재진과 이호의 팬 사인회가 열렸다. 1000명 이상의 팬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스포메카는 360평 규모의 대형매장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제품만 파는 스포츠 메가숍(Mega shop).

캐주얼·스포츠 브랜드 20여 개가 10평 남짓 규모로 들어서 있던 매장이 빅 브랜드 3개로만 이뤄진 ‘플래그십 스토어(특정 브랜드 중심으로 규모를 확대한 매장)’ 형태로 바뀐 곳이다.

‘나의 나이키와 너의 나이키는 다르다.’ 스포메카가 내세우는 모토다.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매장을 관리하는 일반 백화점과 달리 이곳은 백화점 바이어들이 직접 매장을 관리한다.

나이키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직접 미국 본사에서 제품을 사와 유행에 맞춰 상품 종류와 수량을 조절한다. 매달 이곳에서는 패션쇼, 비보이 공연, 운동선수 사인회 등이 펼쳐진다.

빅 브랜드만 한데 모여 있다 보니 브랜드 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제품 종류도 일반 백화점 매장의 10배를 웃돈다.

임한오 현대백화점 스포츠담당 바이어는 “다른 매장에 없는 독점적 상품과 유행에 앞선 상품만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할인점이 의류, 문화 서비스 부문을 강화해 백화점 흉내를 내자 백화점은 초(超)고급화를 추구하면서 쇼핑의 ‘메카점’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백화점마다 독자적인 매장이나 테마 숍을 갖추고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달 중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2층에 ‘섹시 테마 존’이 들어섰다.

일반 브랜드 매장을 없애고 ‘섹시하다’는 옷과 액세서리, 시계, 속옷들만 한데 모아 팔고 있다.

이 백화점 잠실점 9층엔 유행에 앞서가는 상품만을 모아 놓은 ‘트렌디 테마 존’이 들어섰다. 일반 매장이 있었을 때보다 매출이 150% 더 늘었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

현대백화점 식품매장에는 전문 요리사들이 직접 조리법을 보여 주는 ‘쿠킹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주부 손금희(41) 씨는 “먹을거리를 사면서 요리법까지 배울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단순히 제품을 파는 데서 나아가 테마별로 제품을 모아 전시하는가 하면 제품 사용법까지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 감성 마케팅을 통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유통 메카로 변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부 황예람(36) 씨는 “쇼핑하면서 예술 작품 감상하는 맛이 쏠쏠하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세계 유명 작품을 볼 수 있는 ‘소더비 프리뷰’ 행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었다.

올해부터는 국내 30, 40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아트 페어 ‘퍼플케익’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노은정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부장은 “백화점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소매 Retail+오락 Entertainment) 공간으로 꾸준히 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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