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망한다, 카메라 없는 폰을…“기능 추가때마다 비싸져”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직장인 문모(33) 씨는 두 달 전 산악자전거(MTB)를 구입했다. 인근 자전거대리점에 평범한 ‘아저씨 자전거’는 없었고 ‘전문가용’과 MTB뿐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MTB의 낮은 핸들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결국 문 씨는 일반 자전거의 핸들로 바꿔 끼워야 했다. MTB는 고급 소재를 사용해 일반 자전거보다 값이 더 비싸다.

문 씨는 “왜 ‘아저씨 자전거’는 팔지 않는 거냐?”며 불만을 터뜨렸지만 국내 최대 자전거회사인 삼천리자전거는 “국내 100여 개 모델 중 3개만 ‘아저씨 자전거’ 모델”이라며 “대다수 소비자가 MTB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모(43·여) 씨는 올해 초 디자인 때문에 최신형 휴대전화를 샀지만 정작 이 휴대전화에 달린 카메라와 MP3플레이어를 써 본 적이 없다. 그는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이것저것 달아놓고 비싸게 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내 일부 제품에서 소비자의 필요 수준을 넘어서는 ‘다(多)기능화’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오버슈팅’이라고 부른다.

○ “DMB 시청도 안하는데…”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는 ‘비키’의 ‘X100’ 모델을 제외하면 모두 카메라폰이다. 휴대전화 업계에 따르면 올해 나온 휴대전화의 90%에 MP3플레이어 기능이 있으며 회사에 따라 신규 모델의 25∼50%는 DMB 기능을 갖췄다. 국내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디지털카메라는 캠코더 기능이 덧붙여져 있다.

기능이 많아지면 가격도 오른다. 한 전자회사에 따르면 카메라폰(30만 화소 기준)의 가격은 25만∼30만 원이지만 MP3 기능이 추가되면 약 5만 원이 비싸지고 DMB 기능까지 갖추면 50만 원을 웃돈다.

삼성증권 한승호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평균 가격은 2000년 32만 원에서 2005년 33만 원으로 기술이 발전해도 떨어지지 않았다”며 “고급 기능은 업체의 높은 기술력을 입증하고 가격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고급화냐 대중화냐

수입자동차업계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은 필수다. 대부분의 모델이 국내에는 ‘풀 옵션’으로 들어와 선택의 폭이 좁다.

국내 자동차회사도 중·대형차를 중심으로 고급화 대열에 발맞추고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3800cc에는 후방카메라, 운전석자세 기억장치, 레인센서 등이 모두 기본 사양으로 달려 있지만 미국에서는 선택 품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고급화 바람이 거센 것은 소비자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프리미엄 전략이 기업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생산원가가 오르는 만큼 저가품 시장은 중국이나 인도에 내주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제품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LG경제연구원 손민선 연구원은 “국내 휴대전화의 다기능화는 소비자보다는 통신 사업자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신규 업체가 핵심기능이 뛰어난 저가 제품을 내놓으면 빠르게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