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일시적 경기부진 아닌 구조적 저성장 국면”

  • 입력 2006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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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경제는 성장활력을 잃은 채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갔으며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민간 경제연구소의 진단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한국 경제, 성장의 활력 잃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03년 이후 한국 경제는 일시적 원인이 아닌 구조적 악순환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활력 상실… 세계 성장률 밑돌아

이 보고서는 또 “정부가 현 상황을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보지 않고 일시적인 경기부진 현상으로 잘못 인식해 정책을 실기(失機)할 경우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2000∼2002년에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버블 붕괴 충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경제성장률은 연간 3.1∼4.0%로 세계 경제성장률(4.1∼5.3%)을 크게 밑돌았다는 것.

2003∼2005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3.9%로 대만(4.5%) 싱가포르(6.0%) 홍콩(6.4%) 등 동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규제철폐-자본시장 활성화 서둘러야

이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우선 소비심리 불안과 해외 소비 급증으로 인한 소비의 경제 성장 안전판 역할 상실을 꼽았다.

또 △설비투자 장기 부진으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수출 실익이 줄어들고 있으며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커지는 현상도 구조적인 문제로 꼽혔다.

여기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IT 산업의 경기 부진과 금융시장의 악순환 구조도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강조했다.

또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 투자를 촉진하는 동시에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이 증시에서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FTA 확대 △수출품의 고부가가치화 △IT 산업 이후의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일시적인 경제지표 변동에만 매달리지 말고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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