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승규]생보사 상장 이젠 매듭짓자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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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보험이 1988년 11월 기업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공개 요건을 충족한 생명보험회사가 기업 공개 절차를 밟으면서 생보사의 공개 문제가 제기됐다. 생보사는 주식회사이고, 주식회사는 주주가 출자한 자본을 가지고 생명보험 사업을 하는 사단법인이다.

생보사의 공개는 자본의 구성분자인 주식을 자본시장에 상장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장 차익을 주주와 보험계약자가 나누어 가져야 하느냐, 아니냐는 상장 문제와 관련지을 수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생보사 공개 문제와 관련하여 주식회사의 상장 법리와는 관계없는 논쟁으로 세월을 보냈고, 감독 당국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 오히려 갈등만 키워 왔다.

증권선물거래소 산하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지난달 13일 열린 공청회에서 “생명보험사는 상호회사가 아닌 주식회사이므로 증시에 상장할 때 상장에 따른 이익을 보험가입자에게 나눠 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당연한 결정이다. 정부는 생보사 상장을 정치 논리가 아닌 법의 원리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시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해서 미루는 것은 국제적인 금융 허브를 꿈꾸는 나라로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고 한심스러운 일이다.

생보사는 수많은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받아 관리 운영하여 계약자에게 보험사고가 발생할 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따라서 생보사는 보험사고 발생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보험자산운용의 원칙을 규제하고, 결산기마다 보험계약의 종류에 따라 소정의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책임준비금은 보험료로 적립하는 것이고, 보험자산에 속한다 하더라도 이를 보험계약자의 몫이라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보험료는 보험사가 위험을 인수한 대가로서 보험계약자가 지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리생명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는 보험료를 내고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계약 조건에 따라 보험사에 보험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자이지, 보험사의 영업이익에 참여할 수 있는 사원은 아니다.

반면 상호생명보험은 보험사가 영리가 아닌 사원 상호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보험이다. 상호생명보험 계약에서 계약자는 당연히 사원이 되고, 사고가 생긴 때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상호회사의 채무에 대하여도 보험료를 한도로 자신의 책임을 진다. 상호회사의 보험계약자는 주식회사의 주주와 같이 사원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익잉여금의 분배청구권을 가진다.

생명보험계약자의 지위는 보험사가 영리보험이냐 상호보험이냐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생보사 상장의 경우 차익금을 보험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부실 보험사를 공적자금으로 정리하고, 손실을 계약자에게 분담시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의 원리에 어긋나는 주장을 감독 당국이 묵인하거나 그 때문에 생보사의 공개를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떼법’이니 ‘국민정서법’이니 하는, 법의 원리에 어긋나는 주장을 억제하는 것이 선진 한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세계시장에서 원활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도 법의 원리에 따라 생보사의 상장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양승규 세종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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