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베이비부머’ 따라 움직인다…1988년 전후 10%씩 급등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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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으로 가자니 돈이 부족하고, 집값 하락을 기다리면서 집 넓힐 시기를 늦추자니 위험한 것 같아서 이사했습니다.”

A 대기업 홍모(44) 차장은 최근 융자를 받아 5억 원짜리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42평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된 두 아이 때문에 서대문구 홍제동의 33평형 아파트가 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남에 진입하진 못해도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주변 지역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홍 차장 같은 ‘베이비부머(베이비붐 세대)’가 한국의 주택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6·25전쟁이 끝나고 1955∼1963년 8년 동안 태어난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713만8551명. 총인구 4704만1434명(지난해 11월 1일 현재, 내국인 기준)의 15.2%를 차지하는 이들이 내집 마련에 나서거나 집을 확장할 때 한국의 주택시장은 요동을 쳤다.

○‘제2의 베이비붐 주택경기’ 진행 중

1980년대 초 직장생활을 시작한 베이비부머가 25∼33세 때인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내집 마련’의 전면에 나섰다. 이에 따라 1986년 전년 대비 2.7% 하락했던 전국의 주택가격은 1987년 7.1%, 1988년 13.2%, 1989년 14.6%, 1990년 21.0% 급등했다.

그 후 안정세를 유지하다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12.4% 폭락했다. 이후 1999년 3.4%, 2000년 0.4%, 2001년 9.9%의 상승률을 보이며 회복세.

부동산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가 39∼47세가 된 2002년부터 제2의 ‘베이비붐 주택경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위기의 충격이 가신 데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나온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이들의 ‘주택 갈아타기’에 일조했다. 이에 따라 2002년 전국의 주택가격은 16.4% 폭등한 데 이어 그 후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지금은 40대 중반∼50대 초반인 베이비부머들이 자녀를 위한 공간 확보, 노후 준비, 사회적 지위에 맞는 주택을 찾아 더 큰 집으로 옮겨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선진국 베이비부머의 움직임을 살펴라

선진국에서도 베이비부머는 주택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1946∼1964년에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부머도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처음 집을 사고 40대 이후 집 평수를 늘려 이사했다.

1980년대 미국 주택시장의 급속한 팽창, 2000년대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움직임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성공한 중년의 베이비붐 세대가 휴가 등을 위해 ‘세컨드 하우스’를 구입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이들의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이런 추세가 강화될 것”라고 전망했다.

일본에서도 1947∼1949년 출생한 ‘단카이(團塊) 세대’가 대거 은퇴하는 2007∼2009년이면 이들 세대가 선호하는 지역, 환경의 주택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08년까지 중대형 교체 수요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베이비부머가 45∼53세가 되는 2008년까지 중대형 주택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2010년을 전후해서는 부유한 베이비부머가 더 고급스럽고 평수가 넓은 주택으로 옮겨가는 수요도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2015년이 되면 1955년 출생한 초기 베이비부머가 60세가 된다. 2020년이면 베이비부머의 마지막 세대인 1963년 출생자가 57세로 이들 세대가 대부분 은퇴한다.

이들 세대의 노후 소득이 2015∼2020년 급격히 줄어드는 셈. 이때는 집의 규모를 줄이거나 집을 담보로 연금처럼 돈을 빌려 쓰는 ‘역모기지론’ 등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택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주택에 대한 절대 수요가 감소하는 2015년 이후에는 ‘세컨드 하우스’나 실버주택 등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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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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