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다, 에너지!…원유자급률 4.1%, 민망한 수준

  • 입력 2006년 6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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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석유 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겁니다.”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좌담회에 참석한 강주명 서울대 공대 교수는 “이처럼 석유 수입 의존도가 큰 나라가 세계 무역규모 12위의 자리에 있다는 게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했다.

한국의 원유 수입량 가운데 자체 개발을 통해 공급하는 비율인 원유 자주개발률(원유 자급률)은 4.1%. 선진국 중 상당수가 5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특히 고유가 시대로 들어서면서 국가적으로 에너지 자원 확보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상당수 민간기업과 공기업들이 석유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정부도 해외자원 개발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국내 기업 해외로 해외로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는 12일과 15일 잇따라 신규 광구 개발을 발표했다. 영국 북해 광구와 동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광구에 지분 참여 형태로 탐사 작업에 뛰어들었다.

SK㈜가 현재 해외 석유 개발을 통해 확보한 원유량은 4억2000만 배럴(계약기간 내 캐낼 수 있는 원유량 기준). 이 회사는 올해 해외 자원 개발 투자액을 지난해의 1280억 원보다 2000억 원 이상 늘린 3385억 원으로 잡아 놨다.

삼성물산,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 종합상사들의 자원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LG상사는 카자흐스탄 서남부의 아다(ADA) 광구 지분 45%를 인수해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매장량 평가를 위한 탐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다 광구는 전체 가채(可採)매장량이 1억70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육상 유전. 이르면 이달 말 탐사작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카자흐스탄의 잠빌 광구에서는 한국석유공사가 삼성물산 LG상사 SK㈜ 등과 함께 광구를 분양받기 위해 연합작전을 펴고 있다. 잠빌 광구는 매장량이 최소 9억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세계의 자원 개발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28개국에서 76개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액은 지난해 11억1000만 달러에서 올해 30억 달러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차관은 지난주 “5억 배럴 규모의 해외 생산 유전을 70억 달러 선에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도 석유 메이저 기업 키워야

프랑스 93%, 스페인 56%, 이탈리아 51%. 석유가 없거나 많이 나지 않으면서도 상당수 유럽 선진국의 원유 자급률은 50%를 넘는다. 이들 나라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토탈(프랑스) 렙솔(스페인) ENI(이탈리아) 등 세계적 석유 메이저 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나서서 인수합병(M&A)을 주선하고 자금을 지원해 이들의 몸집을 불려 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정우진 정책개발실장은 “국내 기업들이 메이저로 성장할 때까지 재원 조달, 기술인력 육성 등 적극적인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메이저 기업을 키우기보다 탐사 사업 위주로 진출한 독일과 일본의 원유 자급률이 아직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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