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으로 일등품 뚝딱…한국3M은 ‘황금의 손’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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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요? 쓰리엠 공장 가시나 보죠?” 광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나주’라는 행선지만 밝혔는데도 기사가 이렇게 되물어왔다.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한국쓰리엠 나주공장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 사무용품 및 산업소재 회사인 미국 3M의 한국법인인 한국쓰리엠.

이 회사는 최근 경기 화성시에 1억4000만 달러(약 1330억 원)를 들여 공기여과필터 제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에도 액정표시장치(LCD) 필름 공장을 착공하는 등 2004년 이후 한국쓰리엠의 한국 내 투자 규모는 이번에 발표된 화성의 공기여과필터 공장을 포함해 무려 7억8000만 달러(약 7410억 원)에 이른다. ”

이미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뿐 아니라 적잖은 한국기업도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우울한 세태’에서 한국쓰리엠은 왜 반대로 가고 있을까. 해답을 찾으러 15일 한국쓰리엠의 한국 생산기지인 나주공장을 찾았다.

서울에 본사를 둔 한국쓰리엠의 매출 중 해외에서 들여오는 15%를 제외한 85%가 나주공장에서 생산된다.

3M 본사에서도 이번 한국 투자(화성공장 건설)는 ‘사건’으로 불린다. 단일 투자로 1억 달러가 넘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3M의 중국과 싱가포르 법인도 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1977년 한국에 진출한 3M은 최근 대한(對韓)투자를 부쩍 늘리고 있다.

올해 일본에 대한 투자가 작년보다 17% 줄고 중국 투자는 8% 증가한 반면 한국 투자는 40%나 급증했다. 올해 3M의 전 세계 투자액 가운데 7%가 한국으로 왔다. 투자 내용도 LCD 광학필름이나 고기능 필터 등 기술집약제품이 대부분이다.

3M이 한국을 선호하는 1차적 이유는 실적이다. 2001∼2004년 한국쓰리엠의 매출성장률은 한국 산업 평균 성장률의 3∼9배로 매년 매출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1995년 이후 나주공장에서는 안전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공장 입구에 걸려 있는 4개의 3M ‘안전보건대상’이 이를 입증한다.

나주공장장을 맡고 있는 현한수 제조본부장은 “시장은 중국이 크고, 세금 혜택은 싱가포르가 좋지만 제품 제조 등 운영 능력은 한국이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일본은 제조비용이 너무 비싼 게 단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2005년 LCD 시장이 부진하면서 매출이 주춤했지만 본사는 투자를 늘리며 신뢰를 보냈다. 앞선 기술력 때문이다.

나주공장은 2004년 특수테이프 제조설비를 자체 개발하면서 미국에서 만든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본사를 ‘놀라게’ 했다. 싸고, 빠르며, 질까지 좋았다. 그해 이 설비는 본사에서 ‘최우수 설비상’을 받았다.

당초 일본 3M은 한국쓰리엠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하지만 3년 전부터는 상황이 역전됐다. 일본에 ‘가는’ 횟수보다 일본에서 ‘오는’ 횟수가 잦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LCD 필름 자동 검사 기계를 수입해 갔다.

제품이 우수한 것은 결국 만드는 사람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나주공장에서 설비 개발과 작업 환경 개선은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제안을 통해 이뤄진다. 특수테이프제조설비를 만들 때도 직원들 스스로 야근을 자처해 제작 시간을 줄였다. “외국에 지지 말자”며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이곳 설비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등 무지개색이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자’며 칠했다. 재고품 저장소에는 생산조장의 이름을 따 ‘건수네 점방(가게)’이라는 명패도 붙였다.

우수한 사람을 키운 것은 조직이었다. 2001년 나주공장은 세계 3M 공장에서 유일하게 생산 직원들에게도 ‘6시그마’(제품 불량률을 최저치로 줄이는 것) 교육을 시켰다. 조장급 이상은 경영이론과 리더십 교육을 꼭 받도록 했다. 그 결과 1년 뒤 매출의 4%에 해당하는 원가 절감효과를 봤다.

“어떻게 실적을 높였느냐고 물어들 오는데 비결은 없어요. 좋은 사람 뽑아서 잘 키우고, 질 좋은 제품 만들려고 노력한 게 전부죠.” 현 제조본부장이 전한 나주공장의 ‘비결 아닌 비결’이다.

나주=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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