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도 이젠 ‘Made in Korea’…최고위급 영전 잇따라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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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무, 이번에 발령이 난다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세요.”

지난달 말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임원 모임에 참석한 한국얀센의 김상진(41) 상무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자신이 6월 1일자로 홍콩얀센 사장으로 임명됐다는 것. 홍콩은 중국시장의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본사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다.

왜 현지의 많은 인재 대신 그가 선택됐을까?

“적극적인 인력개발 노력을 본사에서 인정해 준 결과입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성공한 시장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얼마나 바라던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김 사장은 준비된 경영인이었다. 벨기에의 얀센 본사에서 2년간 근무하며 국제적 경영감각을 익혔고 한국에서도 팀을 성공적으로 정비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 잇따른 한국 인재 발탁

한국3M 출신인 신학철(49) 3M 본사 산업용 비즈니스 총괄 수석부사장은 올해부터 운송 사업 부문까지 맡았다. 그는 1995년부터 3M 필리핀 사장을 지내면서 발휘한 인화력으로 본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직원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힘쓴 신 부사장은 제작 공정의 불량 원인이 직원들의 약한 시력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일일이 이들의 안경을 맞춰 줬다는 일화도 있다.

담배회사 BAT의 영국 본사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한승희(37·여) 이사는 BAT코리아 시절의 리더십을 인정받아 지난해 가을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 직원의 본사 ‘영전’은 이 회사에서 처음. 한 이사는 “지금도 경영, 리더십에 관한 책을 한 달에 서너 권씩 읽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얀센은 김 상무의 홍콩얀센 사장 승진 외에도 올 3월 김옥연(39·여) 전 마케팅 부장이 존슨앤드존슨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 총괄 부사장에 오르는 등 잇달아 ‘히트’를 치고 있다.

김도경 한국얀센 홍보부장은 “성장할 만한 인재를 선별해 본사에서 리더십 교육을 한다”며 “한국인은 후배 직원을 잘 챙기는 점을 특히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 선배들의 성과가 후배 진출 이끌어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 많은 후배가 올 수 있도록 발판을 다져 놓겠습니다.”

한국화이자의 류은주(38·여) 부장은 2003년 비뇨기 팀장으로 승진해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등의 마케팅을 맡았다. 그는 비아그라의 한국시장 점유율을 60%로 끌어올리는 등 국내 비뇨기 치료제 시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달 본사는 류 부장을 불러들였다. 일본과 아시아 지역에서 통증 질환 치료군을 총괄하는 브랜드 매니저로 활동해 달라는 것이었다.

임원도 아닌 중간 관리자급이 글로벌 본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물리적으로 근무지를 옮기지 않은 채 글로벌 업무를 맡게 되는 사례도 많다.

한국IBM의 이장석(47) 전무와 주철휘(47) 상무는 각각 국내 협력사 관리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 모두 아태 지역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세계의 인재들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본사에서 이처럼 한국 인재의 발탁이 두드러지는 것은 기존에 진출한 인재들의 성실성과 빠른 적응력이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

BMW코리아 김영은 상무는 “매년 두세 명의 직원을 선발해 독일 본사에 파견한다”며 “본사에서 빈자리가 날 때마다 먼저 한국에 적임자가 있는지 물어 온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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