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5, 6월 증시 길게보니 장기상승 앞두고 숨고르기?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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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미국 속담이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물가 인상 압력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만으로도 버거웠던 증시에 난데없이 ‘스톡옵션 스캔들’이 덮쳤다.

미국 일부 기업이 스톡옵션을 임원들에게 주자마자 그 회사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톡옵션으로 경영진에 부당 이익을 안겨 준 혐의가 있는 기업은 브로드컴, 에퀴닉스 등 줄잡아 40여 개나 된다.

12일 미국 나스닥 증시는 2% 이상 급락했다. 그렇잖아도 매수 세력이 실종돼 악재만 터지면 브레이크 없이 추락해 온 국내 증시도 또다시 폭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이제 1,200 선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형국이다.

○ 심상찮은 조짐들

불과 2주 전만 해도 지수 1,300 선의 지지력이 어떻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추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게다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올해 안에 지수 1,700 돌파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왔던 때가 불과 한 달 전이다.

투자자의 관심은 이처럼 빠르게 주가가 떨어지는 급락장의 성격을 무엇으로 봐야 하느냐이다. 급하게 올랐던 주가 상승분을 일시에 토해내는 다소 급격한 조정이냐, 아니면 본격적으로 하락세가 시작되느냐가 관심사이다.

심상찮은 조짐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주가가 하락한 이유가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 자체를 회피하는 투자자의 경향 때문이라는 점이다. 세계의 돈이 안전자산으로 몰려가는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한 어지간한 기업실적 회복 정도로는 반전의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장기업의 실적이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증시가 최근 고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락 폭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도 문제다.

2004년 중국이 긴축을 발표하면서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했던 이른바 ‘차이나 쇼크’ 때 신흥시장은 약 20%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증시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주가는 이미 20% 넘게 떨어졌는데도 진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엇갈리는 전문가 의견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우증권 김정훈 연구원은 “지난달 기록했던 코스피지수 고점이 올해의 최고점이었을 것”이라며 “지수 1,180을 1차 지지선, 지수 1,100을 2차 지지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 정도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그러나 낙관적인 의견이 아직도 적지 않다. 최근 2, 3개월만 보면 주가 하락폭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래프를 2003년 이후부터 길게 그려 놓고 보면 이 정도 조정은 장기 강세장에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교보증권 박영태 연구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물가 인상 우려는 다소 과장된 것 같다”며 “이번 조정은 지수 1,200 선 내외에서 마무리될 것이며 10월 이후 다시 장기 상승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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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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