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옆방정책’으로 FTA반대파 설득”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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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할 때 옆방 정책(rooms next door)으로 국내 이익집단을 설득했다.”

칠레 무역진흥청 알리시아 프로만(사진) 청장이 다음 달 5일 한미 FTA 협상 시작을 앞두고 ‘훈수’를 두었다.

옆방 정책이란 협상장 옆에 여러 개의 방을 마련해 두고 이익단체 대표들에게 방을 하나씩 배정한 뒤 진행되는 협상 내용을 이들에게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프로만 청장은 미국과 FTA 협상을 진행할 때 전체 협상단의 코디네이터 겸 노동분야 협상 대표를 맡았다.

칠레 농산물 홍보차 방한한 그를 3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미국과 FTA 협상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 조언해 준다면….

“미국 협상단은 협상 테이블에서 유연성이 없다. 미국 내 이익단체와 정치인들에게서 아주 세밀한 지침을 듣고 협상에 나오기 때문이다. 마치 상대 국가와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자국의 이익단체들과 협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테이블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협상과 동시에 미국 내 이익단체와 정치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해서 그들을 먼저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칠레는 미국 내 이익단체를 설득하기 위해 어떻게 했나.

“미국 내에 홍보대행사를 고용했다. 협상 초기에 홍보 자료를 내고 정치인 등 여론 주도층에 칠레의 이미지와 인권, 고용 등 좋은 점을 알렸다. 칠레 정치인들도 조직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을 했다. 특히 주미 대사는 모든 상원 의원과 직접 만났다. 결국 미국 내에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한국에는 반(反)FTA 정서가 많다. 칠레는 어땠나.

“FTA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칠레처럼 작은 나라는 자유무역 없이는 경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정치권은 물론 학계와 재계에서도 FTA에 큰 의미를 뒀다. 국제적인 수준으로 규범을 강화해 국내의 반개혁 세력을 막아야 한다는 부분에 많이 공감한 것 같다.”

―협상 진행 중에도 국민과 의회를 많이 설득했다는데….

“협상 결과를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했다. 또 ‘옆방 정책’을 써서 국내 이익집단을 설득해 나갔다. 협상장 옆에 3개의 방을 마련해 두고 대기업, 중소기업, 노동계 대표들에게 하나씩 방을 준 뒤 협상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이들에게 협상 내용을 계속 설명했다.”

―한-칠레 FTA를 평가한다면….

“한국과 칠레는 지구 반대편에 있다. 시차는 13시간이고 비행기 타고 오는 데만 36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FTA로 태평양에 다리를 놓은 것 같다. 양국이 서로 만족하고 있지 않은가.”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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