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뿐인 ‘혁신형 中企’…산업硏, 정책문제점 지적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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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새로운 유형의 중소기업을 키운다고 볼 수 없는 데다 지원 대상기업이 서로 중복돼 ‘구호성 정책’으로 끝날 수 있다고 국책연구소 연구원이 지적했다.

산업연구원(KIET) 양현봉 중소벤처기업실장은 2006년 춘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한국산업경제학회에 제출한 ‘질 좋은 성장과 중소기업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학술대회는 다음 달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다.

양 실장은 보고서에서 “김대중 정부가 벤처기업 4만 개 육성이라는 양적 목표를 제시한 뒤 ‘무늬만 벤처’인 기업이 양산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목표도 결국 구호만 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이유로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과거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벤처기업과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기업)을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어 새로운 개념의 중소기업을 키운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동일한 기업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으로 따로 분류해 마치 다른 기업인 것처럼 ‘이중 계산’ 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8월 말 현재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3106개 가운데 70%인 2203개는 벤처기업으로 나타났다.

양 실장은 “따라서 당장 올해 혁신형 중소기업 1만85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도 달성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참여정부가 ‘혁신’을 강조함에 따라 중소기업 정책은 재원 확충 없이 기존 정책을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에 집중케 한 것”이라며 “유사정책을 보완해 운용하는 데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정책에 대해 그는 “1990년대 초반 ‘대기업 사업의 중소기업 이양 추진’ 등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프로그램은 대기업들이 정부에 떠밀려 추진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며 “정부가 대기업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양 실장은 28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큰 틀에서 중소기업 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양적 목표 달성에 매달리기보다는 창업을 촉진하거나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 정책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책:

참여정부의 대표적 중소기업 정책. 혁신활동과 기술이 뛰어난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 다른 중소기업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것. 최근 발표된 일자리 창출 주요 대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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