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계, 아침브리핑 힘들다”…2년만에 오후로 변경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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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9일부터 주요 경제통계 발표 시점을 증시가 열리기 전인 오전 7시 30분에서 장중(場中)인 오후 1시 30분으로 바꾸기로 하자 금융시장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04년 초 통계청이 정보 사전유출 논란을 차단한다며 스스로 지표 공개시점을 장 개시 전으로 조정한 지 2년여 만에 시간대를 재조정하는 데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것.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아침 브리핑 힘들어 변경”

통계청은 매달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소비자물가동향, 소비자전망조사결과, 고용동향, 서비스업활동동향 등 5개 통계 자료의 발표시간대를 바꿀 계획이다.

대전에 상주하는 직원들이 오전 일찍 정부과천청사까지 와서 통계자료를 브리핑하는 게 힘들다는 게 시간대 변경의 이유.

김진규 통계청 정책홍보담당관은 “통계 작성 담당자가 전날 통계 자료를 완성한 뒤 한밤이나 새벽에 차를 타고 이동함에 따라 브리핑 시간을 어기는 등 ‘사고’가 생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통계청은 발표 시간대를 늦추면 석간에 비해 많은 조간신문이 더 풍부하게 내용을 보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시장 혼란 우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장중에 주요 통계가 나오면 정확한 정보 분석 결과를 모른 채 펀드매니저들이 매매하기 때문에 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산업활동동향이 나오면 펀드매니저들은 인터넷 매체에 게재된 제목만 보고 매매를 시작한다. 문제는 전체 증가율은 좋지만 펀드매니저들이 주목하는 산업 부문별 증가율이 부진하다면 채권이나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나 일본도 이런 점을 감안해 장이 열리지 않는 시간대에 주요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정보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계 발표시간을 통제해도 정보 이용능력에 따라 자료를 접하는 속도와 활용 정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통계청은 “정부 기관과 언론 등에 자료를 미리 주는 사전보고제가 폐지된 데다 통계 담당자들이 기밀유지 서약도 하는 만큼 정보가 공평하게 전달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 시장 반대해도 강행하기로

통계청은 시장의 반대에도 발표시간대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정책홍보담당관은 “오갑원 통계청장에게 시장의 반대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면서 “검토 결과 당초 계획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올해 3월경 통계청에서 시간대 변경과 관련한 질의가 와서 ‘반대 의견이 많다’고 했지만 통계청 측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통계청은 2004년 1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되기 하루 전 자료가 유출되는 사고가 생기자 같은 해 2월 19일 발표 시간대를 조정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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