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급등세… 엔화대출 ‘요주의’

  • 입력 2006년 5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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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요즘 오후 3시면 잠시 진료를 멈춘다. 서울외환시장이 마감되기를 기다렸다가 엔당 원화 환율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병원 운영자금으로 연 5.8%로 대출받은 10억 원을 지난주 엔화 대출로 갈아탔다. 엔화 대출금리는 연 2.1%여서 1년에 대략 3700만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나중에 갚을 때는 엔화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원-엔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볼 수 있지만 이미 엔화 대출을 받아쓰고 있는 동료 병원장들이 “환율은 귀신도 모른다”고 부추긴 데다 금리 메리트가 워낙 커 보였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원-엔 환율이 급등하자 김 씨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김 씨뿐 아니라 그동안 엔화 대출을 많이 받은 기업과 개인사업자, 대(對)일본 수입업자들도 초조해하고 있다.

12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847.22원으로 마감해 1월 24일 850.92원 이후 최고로 높아졌다.

지난달 21일 806.56원이었던 원-엔 환율은 불과 20여 일 만에 40.66원 올랐다. 이 정도면 부대비용을 포함한 원화 대출과 엔화 대출의 금리 차를 넘어서는 수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은행의 4월 말 현재 엔화 대출 규모는 3월보다 515억 엔 증가한 9066억 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8490억 엔에 비해 6.8% 늘어났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 말 387억 엔에 불과했던 엔화 대출이 지난달 말에는 1567억 엔으로 약 1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났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말 3000억 엔을 돌파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64억 엔(69.7%)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 직원들은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져 환차익을 볼 수 있다”며 고객들에게 엔화 대출을 적극 권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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