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미디어 그룹’이 생겨날까
거대 통신회사가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콘텐츠 업계에 진입하자 조만간 ‘공룡 미디어그룹’이 탄생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지현 정우성 송혜교 등 스타 군단을 거느린 IHQ, ‘살인의 추억’ ‘범죄의 재구성’ 등의 영화를 제작해 온 싸이더스 FNH에 대해서도 중소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이제 (너희는) 자금 조달을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SK텔레콤과 KT가 지금까지 보여 준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많다.
SK텔레콤은 IHQ가 투자한 ‘파랑주의보’ ‘새드 무비’ 등 5편의 영화를 상영관 개봉 직후 자회사인 TU미디어를 통해 방영했다. 그동안 개봉 이후 곧바로 비디오 제작으로 이어지던 콘텐츠 유통 단계에 ‘통신’을 새로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TU미디어에 상영된 이들 영화의 시청률은 5%에 그쳤다.
황근주 SK텔레콤 전략 콘텐츠팀 부장은 “앞으로 콘텐츠를 직접 생산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콘텐츠 경쟁시대에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여건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결정 주도권 싸고 갈등도
싸이더스 FNH의 지분 51%를 확보한 KT는 콘텐츠 사업을 위해 지난해 월트 디즈니사 한국지사장 출신의 안홍주 상무와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지낸 이치형 상무를 외부 영입했다.
현재 싸이더스 FNH 이사회 5명의 구성은 이 회사의 차승재 김미희 공동대표와 KT 측 임원 3명. 결국 의사 결정의 주도권을 KT가 갖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진행과정에서 양측이 미묘한 감정대립을 보이는 일도 있다.
최근 차 대표가 관련 업체의 인수를 추진하자 KT 측에서 “경영 쪽은 우리가 신경 쓸 테니 제작에 전념하라”며 말린 것. 이때 싸이더스 측은 “영화 쪽은 우리가 전문가인데 (KT가) 돈을 댔다고 해서 배 놔라, 감 놔라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통신회사가 가장 현실적으로 부닥친 벽은 지금의 국내 영화계 구조다.
CJ, 오리온, 롯데 등이 제작, 투자배급, 상영 등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3강(强)’구조를 탄탄히 갖춘 상황에서 통신회사가 비집고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권기환 상명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통신회사들이 콘텐츠 업체를 무조건 갖고 있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성급하게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면 실패할 수 있다”며 “콘텐츠 활용방안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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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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