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들, 콘텐츠에 ‘묻지마 투자’?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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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기 위해 서둘러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수익을 낼지에 대해서는 해답을 찾기가 어렵네요.” 지난해부터 속속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SK텔레콤과 KT. 요즘 두 통신회사의 전략 담당 관계자들은 골머리를 앓는다고 토로한다. SK텔레콤은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인 IHQ와 YBM서울음반을, KT는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 FNH를 인수 또는 지분 참여했다. 영상, 음악, 게임의 제작 투자를 위한 수십, 수백억 원대의 펀드도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두 회사는 콘텐츠, 특히 영상분야 콘텐츠의 뚜렷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룡 미디어 그룹’이 생겨날까

거대 통신회사가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콘텐츠 업계에 진입하자 조만간 ‘공룡 미디어그룹’이 탄생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지현 정우성 송혜교 등 스타 군단을 거느린 IHQ, ‘살인의 추억’ ‘범죄의 재구성’ 등의 영화를 제작해 온 싸이더스 FNH에 대해서도 중소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이제 (너희는) 자금 조달을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SK텔레콤과 KT가 지금까지 보여 준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많다.

SK텔레콤은 IHQ가 투자한 ‘파랑주의보’ ‘새드 무비’ 등 5편의 영화를 상영관 개봉 직후 자회사인 TU미디어를 통해 방영했다. 그동안 개봉 이후 곧바로 비디오 제작으로 이어지던 콘텐츠 유통 단계에 ‘통신’을 새로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TU미디어에 상영된 이들 영화의 시청률은 5%에 그쳤다.

황근주 SK텔레콤 전략 콘텐츠팀 부장은 “앞으로 콘텐츠를 직접 생산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콘텐츠 경쟁시대에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여건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결정 주도권 싸고 갈등도

싸이더스 FNH의 지분 51%를 확보한 KT는 콘텐츠 사업을 위해 지난해 월트 디즈니사 한국지사장 출신의 안홍주 상무와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지낸 이치형 상무를 외부 영입했다.

현재 싸이더스 FNH 이사회 5명의 구성은 이 회사의 차승재 김미희 공동대표와 KT 측 임원 3명. 결국 의사 결정의 주도권을 KT가 갖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진행과정에서 양측이 미묘한 감정대립을 보이는 일도 있다.

최근 차 대표가 관련 업체의 인수를 추진하자 KT 측에서 “경영 쪽은 우리가 신경 쓸 테니 제작에 전념하라”며 말린 것. 이때 싸이더스 측은 “영화 쪽은 우리가 전문가인데 (KT가) 돈을 댔다고 해서 배 놔라, 감 놔라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통신회사가 가장 현실적으로 부닥친 벽은 지금의 국내 영화계 구조다.

CJ, 오리온, 롯데 등이 제작, 투자배급, 상영 등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3강(强)’구조를 탄탄히 갖춘 상황에서 통신회사가 비집고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권기환 상명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통신회사들이 콘텐츠 업체를 무조건 갖고 있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성급하게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면 실패할 수 있다”며 “콘텐츠 활용방안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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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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