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래 유통사업단 정운천대표 “이순신선배님 감사합니다”

  • 입력 2006년 3월 3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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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고 했다.

배 12척으로 왜선 133척을 맞아 승리한 명량대첩을 키위시장 개방에 맞선 것에 비유했다.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바이오 세척 고구마’의 아이디어는 목선에 덮개와 가시를 두른 거북선에서 얻었다.

참다래 유통사업단 정운천(52) 대표 얘기다.

농업에도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 준 최고경영자(CEO). 하지만 그는 “경영전략이 아니라 ‘생존전략’이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1991년 농민들의 출자를 받아 사업단을 만들었다. 1990년 시장 개방으로 뉴질랜드산 키위가 쏟아져 들어오던 때였다.

다행히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 차이로 출하 시기가 겹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도 연약한 한국의 키위산업(세계 생산량의 약 1%)은 머지않아 무너질 것 같았다.

정 대표는 뉴질랜드 키위의 수입·유통권을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친 짓’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결국 2001년 뉴질랜드 키위 업체인 제스프리 사와 전략적 제휴를 했다. 적과의 동침이었다. 덕분에 사업단의 670여 농가는 1년 내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안정적인 수입으로는 모자랐다. 농가에 배당하고 직원 60명의 월급을 주면 남는 게 없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고구마에 눈을 돌렸다. 틈새시장 공략이자 블루오션 전략이었다. 4년에 걸쳐 고구마 저장법을 개발하고 세척기계를 만들었다. 1kg 소포장으로 내놓은 ‘바이오 세척 고구마’는 참살이 트렌드와 맞물려 히트를 쳤다. 이 고구마는 흙을 씻어 내도 오랫동안 썩지 않게 처리를 했다. 지난해 정 대표는 키위로 260억 원, 고구마로 1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 대표는 이순신 장군에게 배운 자신의 생존전략을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2006 한국농업 CEO대회’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이날 공식 출범하는 ‘한국농업 CEO연합회’ 회장직도 맡았다. 그는 “한국 농업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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