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10년 생존’ 확률 25%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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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부품업체인 A사는 지난해 부품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

대기업과 납품계약만 하고 B사에 하청을 줬기 때문. B사는 C사에 재하청했다. A사는 B사에 대해, B사는 C사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며 단가를 깎거나 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않는 일이 많았다.

C사는 지난해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이 창사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적자를 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죽어 가고 있다.

근로자 수가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이 대기업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가운데 종업원 수 5∼9인의 영세업체는 5만6000여 개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중소기업 부가가치 못 내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3%였다. 노동생산성은 근로자 1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생산액.

2001년을 기준으로 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34.5%로 일본(53.2%) 미국(58.3%) 독일(63.1%) 이탈리아(65.2%)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중소기업 노동생산성은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50%대였지만 1990년대 들어 중국의 저가 제품에 밀려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대기업이 발주한 사업이 2, 3차례 이상 하청으로 내려가는 관행도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렸다.

KDI 김주훈 선임연구위원은 “연구개발 등을 하려면 연 매출액이 최소 450억 원은 돼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갖춘 기업은 전체의 1.6% 정도밖에 안 되고 대부분이 영세한 업체”라고 말했다.

실제 전체 제조업에서 종업원 20인 미만 영세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 59.6%에서 2003년 75.9%로 늘었다.

KDI는 한국에 영세업체가 많은 이유로 △대기업의 외주 하청생산 확대 △기업 인수합병 부진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 부족 등을 꼽았다.

○10년 생존 확률 25%…금융지원 가려 해야

KDI는 중소기업이 창업 이후 10년 이상 살아남을 확률은 25%라고 밝혔다.

1993년 중소기업에 속했던 사업체는 5만6472개였는데 2003년까지 생존한 업체는 1만4315개였던 것.

이 중 300인 이상 업체로 성장한 중소기업은 75개뿐이었다.

KDI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하는 산업구조가 정착돼야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커질 수 있다고 봤다.

KDI 서중해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내부 자금이 적어 연구개발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술력 있는 기업을 가려서 저리의 정책금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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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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