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고부지 2중고… 조선업, 해외로 눈 돌리다

  • 입력 2006년 3월 7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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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싼 인건비와 새 공장 부지를 찾아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해외 아웃소싱'이 본격화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7일 중국 산둥(山東)성 롱청(榮成)시에서 블록 및 해양설비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현재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의 블록 조립 공장에 이은 이 회사의 두 번째 중국 공장이다. 블록 공장은 엔진 등 주요 설비를 제외한 배의 부분을 만드는 공장이다.

롱청 공장에는 2단계에 걸쳐 모두 3억5000만 달러(약35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며 2008년 12월 완공되면 연간 선박용 블록 20만t과 유전개발 설비 등 해양 설비 30만t을 생산하게 된다. 현재 삼성중공업 거제도 조선소(100만t)의 절반에 해당하는 생산 규모다.

이 회사는 닝보 공장의 생산량도 현재 연 12만t 생산에서 20만t으로 늘리고 있으며 1월에는 말레이시아 MMHE사(社)와 합작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리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다른 조선업체의 해외진출도 눈에 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만 부근에 대형 조선소를 짓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 완공을 목표로 산둥성 옌타이(煙臺)에 블록 공장을 건설 중이다.

STX조선도 중국에 블록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산둥성과 랴오닝(遼寧)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STX그룹은 현재 랴오닝성 푸순(撫順)시에 선박용 디젤 엔진 부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선업체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에 대해 해당업계는 "인건비 상승과 공장부지 가격 상승으로 국내 공장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복잡한 인·허가 과정 등 공장 증축이 까다롭다는 점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은 "물류비를 추가로 들이더라도 중국 공장에서 반제품을 만들어 거제도까지 나르는 것이 40% 이상 싸다"고 밝혔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글로벌 거점을 확보해 원가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 블록 공장 건설이 해외 조선소 건설로 이어지면 세계 최고 수준인 조선 기술이 해외에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은 "중국은 외국이므로 일단 정황을 지켜보다 추후에 시설 확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중국에 조선소를 설립하는 것은 기술 유출 등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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