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용장 거래 수출中企 울려… 수출하고 떼인 돈 1조6700억원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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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출업체가 작년 한 해 동안 수출을 하고 받지 못한 돈이 6억5000만 달러(약 6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떼이는 기업의 대부분은 연간 수출실적 100만 달러 이하의 중소 수출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6억5000만 달러는 지난해 중소 수출업체가 수출한 총액(43억 달러)의 15.1%로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한 기업이 많음을 보여 주고 있다.

27일 한국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업체들의 해외 미회수 채권 규모(추정)는 △2003년 4억4000만 달러 △2004년 5억8000만 달러 △2005년 6억5000만 달러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수출하고 받지 못한 돈은 나중에도 좀처럼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최근 3년간 해외에서 떼인 돈만 무려 16억7000만 달러(약 1조6700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무역경쟁 심화가 불러 온 미회수 채권 급증

이처럼 미회수 채권이 급증하는 것은 최근 중국과 인도 등으로부터 경쟁 상품이 쏟아지면서 수출대금 결제 방식이 수입업자에게 유리하고 수출업자에게 불리한 비(非)신용장 형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장(LC) 방식이란 수입업체의 거래은행이 수출기업에 지급보증을 서주기 때문에 수출업자가 돈을 떼일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한 결제 방식이다.

반면 비신용장 방식은 은행의 지급보증 없이 당사자끼리 서로 믿고 하는 거래여서 돈을 날릴 위험이 그만큼 크다.

문제는 수입업자가 거래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개설하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출업체에 비신용장 거래를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비신용장 방식은 1997년 56.9%에서 2004년 78.5%로 21.6%포인트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대기업의 비신용장 방식 거래는 19%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중소기업은 22%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중소기업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무협 무역연구소 신승관 연구위원은 “상품의 공급과잉으로 국제상품시장이 바이어(Buyer) 우위의 시장으로 바뀜에 따라 비신용장 방식을 요구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면서 “특히 상품 경쟁력이 고만고만한 중소기업들이 이런 요구를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이처럼 해외에서 돈을 떼이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자 수출보험공사는 최근 수출업체들이 해외에서 받지 못한 돈을 대신 받아 주는 채권추심대행 업무를 시작했다.

서비스 첫해인 2004년 134건이었던 추심 의뢰가 지난해 141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는 20건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수출보험공사 이은근 신용사업팀장은 “많은 업체가 돈을 못 받고도 해외 채권 추심이 어려워 돈 받기를 포기하거나 수입업체의 상환 약속만을 기다리며 해결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면서 “채권 추심을 서두를수록 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 추심 서비스와 같은 사후 대책보다는 사전에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수출보험 가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역연구소 신 연구위원은 “아무리 영세한 기업이라고 해도 수출보험 가입은 필수적인 영업 활동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다만 최근 비신용장 거래가 늘고 있으므로 정부는 현재 신용장 방식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보험료율을 정책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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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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