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과 선물]바른 먹을거리 지킴이…백화점품질평가사를 아십니까

  • 입력 2006년 1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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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품질평가사 유경남, 민선희, 김현숙, 조영란 씨(왼쪽부터). 이들은 “하루 1만 보씩 걸어 다니며 회사 동료를 ‘감시’하는 고된 역할이지만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한다는 사명감에 피곤한 줄 모른다”고 말했다. 박영철 기자
롯데백화점 품질평가사 유경남, 민선희, 김현숙, 조영란 씨(왼쪽부터). 이들은 “하루 1만 보씩 걸어 다니며 회사 동료를 ‘감시’하는 고된 역할이지만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한다는 사명감에 피곤한 줄 모른다”고 말했다. 박영철 기자
《2003년 8월, 롯데백화점은 품질평가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식품 관련 전공자 4명을 특채했다. 이들은 정육 청과 야채 등 먹을거리의 품질과 식품매장 협력업체의 위생관리를 담당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수도권에서만 도입한 품질평가사 제도를 지방 점포로 확대했다. 품질평가사들은 식품안전 분야에서 3∼7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 전국 백화점 식품매장과 납품업체를 매달 1000여 곳, 하루 1만 보씩 걸어 다니며 매장 위생과 원산지 유통기한 표시 등 물품의 법규 준수 여부를 조사한다. 상품 품질과 작업장의 위생 청결 상태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품질평가사들의 애환을 들어 봤다.》

○ 민선희 씨

품질평가사 민선희(33) 씨는 최근 경기 신도시의 한 매장 냉동창고에 갇혀 ‘얼어 죽을 뻔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포장육의 원산지와 유통기한 표시, 고기 상태 등을 점검하던 민 씨는 갑자기 주위가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냉기가 빠져 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냉동고 문은 닫혀 있었다. 혹시나 해서 냉동고 문을 두드려 봤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다. 관리인들이 냉동고 속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자리를 비운 것이었다.

휴대전화로 도움을 청해 30여분 만에 간신히 풀려났다. 민 씨는 “섭씨 영하 25도에서 덜덜 떨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다.

○ 김현숙 씨

품질평가사는 책임만큼 권한도 크다.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안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가 품질평가사들에게 걸리면 담당자는 인사조치 등의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

경기의 한 매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품질관리사 김현숙(28) 씨는 지하 1층 식당의 식재료 창고를 점검하던 중 유통기한이 지난 녹두 가루를 발견했다.

책임자를 수소문하기 위해 잠시 창고 밖으로 나왔다. 그 틈을 타 음식 조리를 담당하는 한 40대 아주머니가 앞치마 차림으로 녹두 가루를 들고 내빼기 시작했다.

황당해 하는 김 씨에게 식품 매장의 다른 직원들이 말했다.

“뭐야?” “글쎄….”

“난 못 봤어.” “아까 그 사람 누구야?”

동병상련(同病相憐)이었다.

최근 A업체에서 운영하는 이 백화점의 샐러드 코너가 연이어 3차례 품질평가사의 지적을 받자 백화점 측은 “한번만 더 걸리면 퇴점시키겠다”고 경고했고, A사는 매장 팀장을 전보발령 낸 뒤 자체 품질평가사를 고용했다.

김 씨는 “식품 매장 직원들이 품질평가사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고객을 위해서는 악역을 마다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조영란 씨

품질평가사들은 수시로 품질 측정을 실시해 기준에 미달하는 품목은 매장에서 솎아 낸다. 매장 직원들이 싫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는 ‘수호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점검하러 나온 한 공무원이 매장 직원에게 “포장지의 품질을 보증하는 증명서를 보여 주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당황한 직원은 품질평가사 조영란(28)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조 씨는 식품위생법 책자를 펴 보이며 “포장지의 ‘자가품질 검사서’는 포장지 제조업체가 관리해야 하며, 포장지 구입자인 백화점이 보관하는 게 아니다”라고 공무원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그 공무원은 “부서가 바뀐 지 얼마 안 돼서…”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매장 직원이 눈빛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 유경남 씨

오전 9시 출근해서 오후 8시 퇴근할 때까지 식품 위생에만 신경쓰다 보니 ‘직업병’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유경남(32) 씨는 경쟁사 할인점에 남편, 시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하러 갔다. 과일매장 한복판에 잔뜩 쌓아 놓은 수입 바나나에 뜬금없이 ‘국산’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유 씨는 “국산이 맞다”고 주장하는 직원에게 “이 ‘돌’(Dole·다국적 청과회사) 스티커나 좀 떼고 우기시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은 눈을 흘기면서 슬그머니 ‘국산’ 표시를 내렸다.

이번에는 냉장고에 진열해야 할 포장육이 버젓이 바깥 매장에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유 씨가 “팔리지 않은 포장육이 냉장고 밖에 있으면 식품위생법 위반이다”고 지적하자 판매원은 냅다 수레를 밀고 도망쳤다. 보다 못한 남편과 시어머니가 “이제 그만 해라, 여기가 회사냐”라고 뜯어말린 뒤에야 유 씨는 겨우 흥분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평가사들이 추천하는 고품격 선물▼

○ 청정제주 정육세트(47만 원)

제주에서 사육한 한우의 고급 부위만으로 구성한 선물세트. 한우 1등급 등심로스 1.6kg, 살치살 0.6kg, 채끝로스 안심 각 0.5kg, 안창살 토시살 각 0.3kg으로 구성됐다.

○ 푸룸 유기농 배세트(12만5000∼15만 원)

전북 김제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씹는 맛이 아삭하고 과즙이 풍부한 고품질 배 세트.

○ 유기농 곶감세트(12만 원)

전북 완주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동상 곶감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한 곶감 28개로 구성.

○ 황토염 굴비세트(15만∼48만 원)

국립수산물 품질관리원이 품질을 인증한 굴비를 알칼리성 황토염으로 염장했다.

○ 유기농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 세트(4만 원)

스페인 라페드리사 유기농 올리브 오일과 단맛이 강한 포도액 및 발효 와인을 나무통에서 숙성시킨 발사믹 식초로 구성됐다.

○ 담양한과 명품(45만 원)

생태보호지역 담양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원료로 세 번 옻칠한 용기에 5단으로 구성한 한과 선물 세트.

○ 하닌(HARNIN) 보디오일&솔트(2만9000원)

태국산 천연 쌀겨 오일과 허브로 만들어진 보디 마사지 오일과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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