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오르는 기름값…OPEC 수급예측 잘못해 高유가 부채질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1분


코멘트
오늘날 고유가 현상은 1970년대와 80년대의 오일쇼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에는 남아도는 원유가 어딘가에 있었지만 오늘날은 여분 자체가 없다. 개선 노력이 시작된다 해도 앞으로 수년간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1970, 80년대의 오일 쇼크는 갑작스러운 대규모 공급 감소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됐다. 공급의 길이 트이면서 유가는 자연스럽게 안정됐다. 그러나 오늘날 고유가의 원인은 복잡하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멕시코만 유전시설 파괴 등으로 인한 공급 감소가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지만 진짜 이유는 지난 25년간 축적돼 온 에너지 체제의 근본적 변동과 관련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에서 평범한 직장인까지 5명의 입을 빌려 고유가의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과 잘못된 데이터=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석유장관인 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통제하는 ‘황제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그는 데이터를 이용한 공급 조절로 국제유가의 안정을 도모하는 현대적인 전략을 OPEC에 도입했다. 문제는 그에게 제공되는 데이터가 정확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국제유가가 30달러를 돌파한 2004년 2월 회의에서 그는 잘못된 데이터에 근거해 9% 감산 결정을 내렸으며 이후 국제유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평범한 직장인 제이슨 위와 중국의 수요 폭증=베이징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그는 지난해 출근용 자전거를 버리고 3만3000달러를 대출받아 외제승용차를 구입했다. 연봉은 2만여 달러에 불과하지만 ‘마이카 열풍’에 휩쓸렸다. 중국 정부도 자동차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채택한 뒤 자동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존 브라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최고경영자(CEO)와 유전개발 중단=세계 석유업계의 인수합병 열풍은 그가 1996년 이후 아모코 코프와 애틀랜틱 리치필드를 잇달아 합병하면서 시작됐다. 인수합병은 비용절감으로 주주에게는 많은 이익을 안겨줬지만 수익제고만을 지상목표로 삼는 것이어서 새로운 유전개발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투자은행가 매튜 시먼스와 심리적 요인=석유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그는 2003년 사우디 유전지대를 돌아본 뒤 원유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전문성’에 의문을 보냈지만 시먼스 씨의 예측은 원유선물시장에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고 투자자들은 유가가 올라가는 쪽에 돈을 쏟아 부었다.

▽석유정책가 앤드루 룬퀴스트와 정쟁=2001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에게 발탁돼 석유 개발 정책 입안을 위한 태스크포스에 합류한 그는 알래스카 유전지대 개발 등 미국 원유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했지만 곧바로 환경주의자와 민주당의 반발에 부닥쳤다. 2002년 사임한 그는 당시 계획대로 알래스카 유전을 개발했다면 미국 원유소비량의 5%에 해당하는 하루 1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