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출자 '제3섹터 기업' …4곳중 3곳 '밑빠진 섹터'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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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112억 들인 복합화물터미널 10년째 방치

대구 서구 이현동에는 6만6000여 평의 넓은 공터가 10년째 방치돼 있다.

연간 350만 t의 화물이 드나들고 수백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대구복합화물터미널 터다.

자본금이 237억 원인 이 회사는 1995년 대구시와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청구가 합작설립한 제3섹터 기업이다.

그러나 10년 동안 다섯 차례나 민간자본 유치에 실패했고 매출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대구시 출자금(112억 원)의 이자로 운영비를 충당해 왔다. 사업도 전면 중단돼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외환위기 같은 예상 밖의 변수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가 없었던 것이 더 큰 문제였다”며 “투자금의 3분의 1이나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공공성과 민간자본의 효율성을 결합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제3섹터 기업’이 경영 부실 누적으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민간 기업이 이미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에 잘못 뛰어들어 경쟁력이 모자란 데다 관리 감독마저 부실해 총체적인 부실덩어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3섹터 기업의 부실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5일 정부 관계 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38개 제3섹터 기업에 대한 집중 감사를 벌여 공공성이 약하거나 경영 부실이 누적된 29개 기업에 출자 지분 회수 등 정리 추진을 권고했다.

본보 취재 결과 이달 초 현재 테즈락스포츠(부산)와 부천카툰네트워크 등 2개 회사는 이미 청산됐다.

또 티아이엔시(대구) 등 12개사는 내년에 지자체의 출자지분을 팔기로 했고 광주광역정보센터 등 8개사는 장기적으로 지분을 팔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천도시관광 등 4개사는 상황을 지켜본 뒤 나중에 결정할 예정이다.

지자체가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것은 더는 경영 부실을 감당할 수 없어 손을 떼겠다는 의미이다.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강원랜드와 대덕테크노밸리를 제외한 36개 제3섹터 기업의 경영 실적은 △2002년 422억 원 △2003년 308억 원 △2004년 156억 원 적자였다.

감사원은 제3섹터 기업이 부실해진 이유로 △민간기업에 비해 낮은 경쟁력 △시장규모의 축소 및 불황 △공무원 출신 경영진의 자질 부족 등을 꼽고 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최용호(崔龍浩) 교수는 “제3섹터 기업은 10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면서 “지자체의 출자금이 50% 미만이지만 민간 지분이 분산돼 있어 관(官) 출신 인사가 경영을 맡은 것이 비효율을 키운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제3섹터(The Third Sector)::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 일부를 출자한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주식회사형 지방기업. 공익을 추구하는 ‘제1섹터’(정부, 지자체 등 공공부문), 이윤을 추구하는 ‘제2섹터’(민간 기업)와 구분해 제3섹터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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