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명품전략’으로 2년 만에 美 톱브랜드로 우뚝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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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북미시장에서 휴대전화 마케팅을 위해 LG 브랜드가 붙은 버스를 타고 6월부터 10월 말까지 샌디에이고와 휴스턴, 뉴욕, 댈러스,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했다. 이 행사에선 미국 힙합가수인 넬리가 참여해 ‘LG 모바일 투어’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LG전자북미현지법인
LG전자는 북미시장에서 휴대전화 마케팅을 위해 LG 브랜드가 붙은 버스를 타고 6월부터 10월 말까지 샌디에이고와 휴스턴, 뉴욕, 댈러스,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했다. 이 행사에선 미국 힙합가수인 넬리가 참여해 ‘LG 모바일 투어’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LG전자북미현지법인
《미국 뉴저지 북부의 잉글우드클리프에 있는 미국 최대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 전자제품 매장에 LG 브랜드를 붙인 세탁기, 냉장고,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가 쟁쟁한 경쟁사 제품을 제치고 전면에 배치돼 있었다. LG전자의 PDP TV 값은 4999.99달러(약 500만 원). 필립스와 도시바의 같은 제품 값이 3999.99달러(약 400만 원)인 데 비하면 1000달러나 비싸다. LG 브랜드의 PDP TV 값이 비싼 이유는 뭘까. 160기가 하드디스크가 깔려 있어 한 번에 8시간 녹화가 가능하고 녹화할 때 미국 TV에서 10분마다 하는 광고를 자동으로 빼는 기능을 깔았기 때문이다. LG의 트롬(TROM) 세탁기는 1099.99달러, 건조기는 849.99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두 제품의 기능을 합친 건조기 기능을 겸한 세탁기는 1699.99달러. 매장에서 일하는 한 현지 직원은 “LG 제품이 비싸긴 하지만 고급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 미국 유통시장 안방 차지하다

미국 최대 주택용품 전문업체인 ‘홈데포’ 뉴저지점에선 냉장고 문에 TV를 달아놓은 제품이 LG 브랜드를 달고 3149.99달러에 팔리고 있다. 냉장고에 TV를 결합한 ‘퓨전’ 상품이어서 가격이 다른 냉장고의 2배 가까이 된다.

LG의 가전제품과 휴대전화가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 위치한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직영매장에선 LG의 고급 휴대전화 ‘the V’가 349달러에 팔리고 있다.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의 휴대전화가 200∼300달러대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가격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제이디파워는 최근 발표한 ‘2005 미국 휴대전화 평가보고서’(1만7000여 명 대상)에서 고객 만족도 1위 상품으로 LG 휴대전화를 꼽았다.

○ 고급 이미지로 변신하다

LG가 미국에서 고급 이미지로 탈바꿈한 것은 2년 전부터.

1981년 미국 뉴저지에 판매법인을 세우고 헌츠빌에는 컬러TV 공장을 만들어 ‘골드스타’라는 브랜드로 중저가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하지만 ‘싸구려 이미지’ 때문에 성적표는 신통찮았다. 1995년엔 미국 가전업체인 제니스 사를 인수했지만 이미지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G 경영진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이런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느냐는 데로 모아졌다.

결론은 고급 브랜드. 기존의 골드스타와 제니스 상표는 중저가 상품에만 붙이고 최고급 상품에만 LG 브랜드를 붙이기로 했다.

백악관과 미 공화당 전당대회, CNN 본사 등 유명한 곳에 고급 브랜드인 PDP TV를 내놓았다. 제니스와 골드스타는 중저가로, LG 브랜드는 확실한 고급 브랜드로 구분했다.

북미현지법인은 고급 브랜드를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First & Best’ 제품 전략을 선택했다. 최고급 브랜드를 내세운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최고 제품과 1등 회사’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차별화와 함께 LG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 비중을 2003년 50%에서 지금은 25%로 뚝 떨어뜨렸다.

○ “싸구려 이미지론 美서 돈 안돼”

제품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LG북미현지법인은 가파른 신장세를 보였다. 2003년 66억 달러였던 매출액이 올해는 92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 말 북미총괄법인을 맡은 안명규 북미지역 총괄사장은 “이젠 ‘싸구려’ 이미지로는 미국시장에서 돈을 벌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확실한 브랜드와 고급 제품 이미지로 승부하기로 하고 전략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당시 안 사장의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보고받고 “고목나무(옛 브랜드)엔 새싹(희망)이 날 수 없다”면서 적극 지원했다고 한다.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는 조준호 북미지역 부사장은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첨단기능과 차별화된 디자인,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LG 상표를 확고한 톱 브랜드로 육성했다”고 말했다.

잉글우드클리프·샌디에이고=최영해 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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