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5000억달러 시대]반도체등 5대품목 수출의존도 45%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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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규모 5000억 달러 돌파는 한국 경제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세계무역기구(WTO) 148개 회원국 가운데 한 해 무역규모가 5000억 달러를 넘는 나라는 미국 독일 등 선진7개국(G7)과 중국, 네덜란드, 벨기에, 홍콩 등 11개국. 중국을 제외하곤 대부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는 선진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5000억 달러 클럽’ 가입은 국가적 경사인 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와 투자 부진, 일부 수출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생긴 업종 간,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양극화 등 그림자도 적지 않다.》

○ ‘3고(高) 불황’ 속에 건진 수확

무역규모가 급속히 늘어난 데는 수출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2003년 19.3%, 2004년 31.0%, 올해 12.3%(1∼10월 기준)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이런 수출 증가가 원화 가치 상승, 국제유가 상승, 국제금리 상승이라는 이른바 ‘3고(高) 불황’ 속에서 이뤄진 성과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990년대까지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 의류, 섬유 등 노동집약적 상품이어서 환율 변동과 같은 대외 변수에 취약했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상품이 주력 품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출 체질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의 세계 1위 수출품이 1993년 96개에서 지난해 64개로 33.3% 줄었는데도 수출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상위 주력상품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수입 증가도 교역량 확대에 기여했다. 특히 올해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원유 수입액이 늘고 각종 수입품 가격이 올라 2000년 이후 5년 만에 수입증가율(16.2%)이 수출증가율(12.3%)을 앞섰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張在澈) 수석연구원은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쁘다는 인식은 개발연대의 편견”이라며 “무역수지 흑자도 좋지만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부작용-우려도

일부 주력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전체 수출액 가운데 5대 주력 수출 품목의 비중은 1995년 33.6%였지만 △2000년 41.5% △2004년 44.6% △2005년 44.9%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를 넘는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가늠할 수 있는 자본재 수입 증가세가 둔화된 것도 좋지 않은 징후다.

전년 대비 자본재 수입 증가율은 2002년 9.4% 이후 △2003년 18.7% △2004년 21.2%로 크게 증가하다가 올해는 10.5%로 뚝 떨어졌다. 또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원자재 수입 증가율이 지난해 31.5%에서 22.0%로 오히려 감소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宋泰政) 연구위원은 “자본재 수입 증가율은 둔화된 채 수출 실적만 좋아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자본재 수입이 증가해 국내 투자로 이어지고 다시 생산 및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1조 달러로 가려면

통상 전문가들은 연 10%씩 교역량이 늘면 7년 뒤인 2012년에는 무역 규모가 현재의 2배인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함께 일부 지역에 한정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 현오석(玄旿錫) 소장은 “기존 수출 효자 품목들의 경쟁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10년 뒤를 보장할 대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수출을 유형의 상품에 한정하지 말고 서비스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교역의 절반 이상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 간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주요 국가들과의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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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코리아’ 차세대 주역은

휴대인터넷 기술 등 IT분야 세계적 경쟁력

바이오산업 등은 아직 선진국에 뒤떨어져

1989년 일본 소니가 미국의 컬럼비아영화사를 인수했을 때 미국 언론들은 ‘제2의 진주만 공습’이라며 경악했다.

만성적인 재정·무역 적자와 제조업의 쇠퇴가 미국 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미국 경제는 부활했다. 쌍둥이 적자와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여전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이베이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이 미국 경제를 떠받쳤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부활은 경제학계의 미스터리다. 그러나 확실한 건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 Highway) 사업 등 10년 뒤를 내다본 국가 차원의 투자가 밑거름이 됐다는 점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생산액 기준 상위 5대 업종의 경제 기여도가 1970년대 12.71%에서 2000년 이후 32.21%로 늘어날 정도로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만큼 이들을 대신할 후보군 육성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10대 성장동력 산업을 선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10대 성장산업은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신약·장기(臟器)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2012년에 수출액 2519억 달러, 고용 창출 241만 명의 성과를 올린다는 게 청사진이다.

다행히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다양한 산업군을 확보하고 있으며, 정보기술(IT)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시설도 잘 갖추고 있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만큼 와이브로 전용 단말기 생산과 수출을 통해 앞으로 10년간은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의 와이브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것이 확실해 삼성전자가 ‘한국판 퀄컴’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IT를 제외하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자동차나 바이오 등은 아직 선진국을 따라잡기에 급급하다.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김태유(金泰由) 교수는 “10대 성장산업이 모두 비교우위를 갖기는 힘든 만큼 당분간 한국이 강점을 가진 IT 분야를 집중 육성해 여기서 확보한 재원을 다른 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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