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식]공기업 구조조정 거스를 수 없다

입력 2005-11-07 03:05수정 2009-10-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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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사원이 공기업에 대한 감사에 나서면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부실이 다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 “공기업의 민영화 대신 혁신을 통해서 공기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공기업 경영은 정상화되기보다는 부실만 더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공기업 경영진은 노조와 타협해 실적과 상관없이 임금을 올려 주는 등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 공기업 본래의 목적과 상관없는 자회사를 무분별하게 설립해 부채만 늘어나도록 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공적인 목적보다는 수익에만 치중해 공기업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기업도 있다. 더욱이 대형 비리사건에 공기업들이 연루되면서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은 크게 높아져 있다.

이에 최근 감사원은 1960, 70년대 개발연대에 설립된 공기업 중 그 역할을 다한 공기업을 정리하고 공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고 했다.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실제로 경제 개발 초기에 설립된 공기업 중에는 이미 그 역할을 다한 공기업이 많다. 또한 그 기능이 다른 공기업과 중복되는 경우도 있으며 민간기업에서 이미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경제 여건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경제 개발 초기에는 개발금융을 담당해야 할 금융 공기업이나 기간산업 확충을 위한 건설 공기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산업기반과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되면서 이들 공기업이 해야 할 역할이 없어지거나 줄어들게 됐다. 또한 민간기업들이 성장해 과거 공기업이 담당했던 기능을 대신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이들 공기업은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과 중복된 업무를 하게 됐던 것이다.

여건이 변했으면 그 역할을 다한 공기업은 통폐합을 통해 구조조정됐어야 했는데 그동안 정부는 이를 등한시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철저한 감사를 통해 역할을 다한 공기업과 본래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 기능을 하고 있는 공기업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이들 공기업의 명단을 발표하고 실제로 실행될 수 있도록 민영화나 구체적인 구조조정 일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공익성 면에서 존재할 필요가 있는 공기업이라 해도 부실경영이나 적자 때문에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공기업에 대해서 정부는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효율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경영진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그 대신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예산 배정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경영진에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기업이 수익성만 추구하지 않고 본래의 목적인 ‘공적인 기능’을 다하도록 감독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기업의 경영평가는 더욱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일부 공기업은 올해 경영실적이 나빠졌는데도 상대평가에 따라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경영진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 경영평가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물론 공기업 간에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현재의 평가제도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부실과 방만한 경영은 결국 우리 재정을 악화하고 경제를 뒷걸음치게 한다. 외환위기 이후 민간기업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 것에 비해 공기업 중에는 아직도 방만한 경영을 계속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정부는 역할을 다한 공기업을 정리하는 한편 나머지 공기업도 민영화와 혁신을 통해 공기업 개혁을 이뤄 내야만 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한 공기업 혁신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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