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협력경영]LG-삼성-하이닉스 ‘敵아닌 동지’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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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협력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생존하기 위한 경영전략이다. 한 분야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는 라이벌 대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서로 손을 잡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분야가 다른 대기업 간에도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제휴가 늘어나고 있다. 라이벌 전자업계가 경쟁 기업의 부품을 자사(自社) 제품에 사용하거나, 유통업체가 금융업체와 손을 잡는 등 업계의 상생 경영은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휴대전화와 반도체 부문의 협력관계는 비즈니스 세계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LG전자는 휴대전화를 만들 때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플래시메모리 반도체를 15%가량 사용한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휴대전화 부문에서 경쟁을 벌이지만 협력을 꺼리지는 않는다. 물론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에도 하이닉스의 플래시메모리 반도체가 쓰인다.

‘차세대 TV’로 일컬어지는 액정표시장치(LCD) TV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일본 가전업체 소니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TV 부품 분야에서는 서로 손을 잡고 있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LCD TV의 핵심부품인 LCD 패널 제조공장을 만든 것.

통신 분야의 라이벌인 SK텔레콤과 KT도 사안에 따라선 경쟁 대신 협력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두 회사는 e휴대인터넷 서비스 ‘와이브로’ 사업을 위해 기지국을 공동으로 세우기로 했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서비스 개통 시기를 앞당기는 등 협력을 통해 서로가 ‘윈-윈’하는 전략이다.

한때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기술 특허권 분쟁을 벌인 LG전자와 일본 마쓰시타도 갈등 대신 협력을 택했다. 특허료를 요구하던 갈등 관계를 접고 서로의 특허를 교차 사용(크로스 라이센싱)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

PDP로 생긴 갈등이 해소되자 두 회사의 협력관계는 개인용 컴퓨터(PC)와 DVD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분야가 달라도 협력한다

신세계백화점과 우리은행의 협력 관계는 사업 분야가 달라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신세계 서울 중구 충무로 본점은 주말마다 주차 문제로 홍역을 치른다.

신세계 본점 맞은 편에 있는 우리은행은 은행이 쉬는 주말에 은행 주차장을 백화점 측에 대여해 신세계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신세계는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한 반면 우리은행은 주차장이 놀 때 추가 수입을 올리고 백화점 고객에게 은행을 홍보하는 부수 효과를 거뒀다는 자평이다.

제조업체 삼성전자와 미국 문화산업의 대표 기업 월트디즈니도 손을 잡았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월트디즈니는 각 가정에 자사의 영화 콘텐츠를 통신망을 통해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월트디즈니에 ‘무비빔’이란 셋톱박스를 독점 공급하면서 불법복제 문제를 해결해 줬다. 삼성전자는 미국 셋톱박스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월트디즈니도 콘텐츠 보호 기술을 갖춘 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

상생과 협력이 보편적인 경영전략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KT와 SK텔레콤 등 라이벌 기업간에도 손을 잡는 협력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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