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보유 유휴지 직접 개발”…건설이 부업?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10분


코멘트
《건설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업 영역을 넓혀 수익을 올리려는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들이 잇따라 부동산 개발이나 주택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찾는 기업들에 건설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최근 기린, BYC, 웅진그룹과 같은 중견 기업을 비롯해 KT, KT&G, 한국철도공사 등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잇따라 건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공기업, 공룡기업들도 손 뻗는다

KT는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전화국 부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분양한 데 이어 올 1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전화국 부지 7800여 평을 개발해 아파트 445채를 지을 계획이다.

KT&G도 올 4월 경기 수원시에서 2500여 평의 담배 제조창 숙소 부지를 개발해 48채의 고급 빌라를 분양했다. 앞으로 대구, 전북 전주시, 충북 청주시, 경기 수원시 등 폐쇄된 4곳의 담배 제조창 부지에도 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한국철도공사도 역사(驛舍)와 철도변, 폐선·폐역 부지를 개발해 주택 사업이나 상가임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철도공사는 지난해 9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전담하는 계열사 ‘한국철도개발’을 세웠다.

철도개발은 2010년까지 수도권 신설 전철 역세권에 주택단지를 지을 계획이다. 이달 14일 1차 사업지를 선정할 예정.

○제조업체, 중견 그룹 줄줄이

제과전문업체 기린은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의 공장 부지에 아파트 396채를 건설할 예정이다.

속옷전문업체 BYC도 3월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지구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 경기 안양시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한다.

해운업 등을 하는 쎄븐마운틴그룹은 지난해 11월 영남지방의 대표 건설사인 우방을 인수해 건설 사업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엠코도 설립 후 그룹 공사만 주로 해 오다 올해 2월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 뒤 인천 부평구에서 처음 아파트를 분양하며 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웅진그룹은 올 8월 자본금 30억 원 규모의 웅진건설을 설립했다. 앞으로 건설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중대형 건설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은 여전히 매력적?

기업들이 본업과 관계없는 건설업에 진출하는 것은 자사가 보유한 유휴 부지를 개발해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 또 부동산 개발 사업은 한꺼번에 많은 현금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선투자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이다.

특히 ‘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기업들의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가 크게 늘면서 유휴 부지 개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07년부터 법인이 비사업용 토지를 팔 때 특별 부가세 30%를 더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잇따른 건설업 참여에 대해 우려도 적지 않다. 진로, 쌍방울 등 상당수 중견 기업이 무리한 건설 사업 진출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KT&G가 수원에서 분양한 빌라는 3순위 청약까지 단 1명의 청약자도 없이 미분양됐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건설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며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