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신협-금고 ‘위험한 담보대출’

  • 입력 2005년 9월 13일 03시 07분


코멘트
12일 서울 용산구 산천동 S아파트. 각 동(棟) 게시판에는 ‘특별 담보대출’이란 제목의 광고가 붙어 있었다. 시세의 70∼85% 수준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광고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하니 대출 모집인이 영업에 나섰다.

“선생님이 사시는 곳은 투기지역이라 은행에선 시세의 40%까지만 대출하지만 새마을금고나 캐피털, 단위농협 등은 시세의 85%까지도 대출이 가능합니다.”

이달 5일부터 투기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됐다. 그러나 대상은 은행과 보험, 상호저축은행뿐이다. 이에 따라 이들 대형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은 주춤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등 이른바 서민금융회사는 오히려 담보대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민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은 2분기(4∼6월)부터 급증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서민금융회사의 2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 원으로 1분기(1∼3월) 증가액(5000억 원)의 8배나 됐다.

2분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11조4000억 원 늘었지만 보험회사(3000억 원)나 상호저축은행(―2000억 원)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6월 말 현재 서민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잔액도 73조6000억 원으로 보험회사(46조5000억 원), 상호저축은행(8조5000억 원)보다 많다.

금융연구원 이병윤(李秉允)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서민금융회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주택담보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협, 새마을금고는 지금도 부실한 회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향후 집값이 하락하면 부실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올 6월까지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대출을 크게 줄이고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을 계속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2003년 말 55.0%에서 작년 말 57.3%, 올 6월 말에는 58.4%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제일은행은 6월 말 현재 전체 대출 27조7687억 원 중 가계대출이 71.6%를 차지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총대출 가운데 중소기업대출의 비중은 2003년 말 30.3%에서 작년 말 29.3%, 올 6월 말에는 28.4%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