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28개중 12개 ‘주먹구구’ 운용…예산처 평가 보고서

  •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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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부담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 5개 중 2개는 중장기 목표도 없이 운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뚜렷한 목적에 따라 기금이 설립되고 재원이 조달되는 게 아니라 일단 돈을 걷고 여기에 맞춰 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벌인다는 것이다.

기금은 일반 예산과 같은 구속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방만하게 운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목표 없이 운용되는 기금들

4일 본보가 입수한 기획예산처 기금운용평가단의 ‘기금별 성과관리체계 평가·자문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대상 28개 기금 가운데 과학기술진흥기금, 수산발전기금, 사학진흥기금 등 12개 기금은 중장기 목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청소년기금은 연간 단위 목표도 없이 사업 내용만 나열했다.

기금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 보니 사업성과를 정확히 평가하는 틀도 갖추지 않고 있다.

수산발전기금은 ‘불법어업 근절’이라는 연간 목표를 평가하기 위해 전체 불법어업 검거 건수 가운데 소형저인망어선 검거 건수의 비율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기금운용평가단은 작년 불법어선 수 대비 올해 불법어선 수의 비율이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금운용평가단은 이어 운용 규모가 2조 원인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의 연간 목표가 ‘국민생활안정 도모’ ‘유통비용 절감’ 등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평가 자체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공무원연금기금은 전략 목표를 사업 수보다 많은 28개나 설정해 장기 비전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 방만한 자금 운용도

일부 기금은 자금 관리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지난해 직원 88명의 인건비로 46억5800만 원을 책정해 1인당 평균 5293만 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기금운용평가단은 “너무 후하다”며 “급여 체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학진흥기금은 지난해 개인별 성과관리체제를 도입했지만 전체 연봉 가운데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금액은 5%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성과평가체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금 평가를 맡은 경희대 성극제(成克濟·경제학) 교수는 “목표를 이미 달성해 유지할 필요가 없는 기금인데도 정부가 재원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사업을 질질 끄는 일도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기금운용평가단은 ‘기금존치평가 보고서’에서 18개의 기금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제출된 폐지 대상 기금은 농어가목돈마련기금, 여성발전기금 등 7개에 불과하다.

기획예산처 김병덕(金秉德) 기금제도기획관은 “해당 기금과 관련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기금 폐지에 부정적이어서 7개도 폐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 교수는 “각 기금이 중장기 목표를 마련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사업성과를 평가해 기금의 존폐를 결정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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