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오너들 지배구조 개선까지 나서야”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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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은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지는 경영기법의 하나가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병욱(李炳旭·49·LG환경연구원장·사진)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영활동을 해야 한다는 데서 지속가능경영이란 개념이 태동됐다”면서 “지금은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 의무와 함께 사회적 책임까지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라고 하면 ‘당장의 이익만 추구하는 동물(animal)’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영속적으로 존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선 이윤창출이 목적이라는 기업가의 ‘멍에’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른바 ‘X파일’과 두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재계의 위상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다.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한심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주로 임직원들에게 돈을 받지 말라, 사회봉사 활동에 앞장서자는 계몽성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너들이 처절한 반성을 하지 않으면 이런 구호는 아무리 외쳐봐야 공허할 뿐입니다.”

지속가능경영 실천을 위해선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까지도 오너들이 나서서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사회로부터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원장은 “CEO들이 임원을 평가하는 것도 너무 단기적인 업적에 치중해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한(sustainable) 경영을 하려는 노력을 임원들이 얼마나 했는지 평가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실태에 대해 그는 “대기업은 환경경영이다, 윤리경영이다, 사회공헌 활동이다는 식으로 이것저것 펼쳐놓은 게 많다”면서 “이런 것을 그때마다 유행처럼 실천할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지속가능경영으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경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산업계의 지속가능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6월 28일 대한상의 지원에 힘입어 개원한 이 연구원은 앞으로 정부 시민단체 학계 기업 간의 협력 체계를 갖추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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