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괴산 방곡리 가구당 소득 700만원서 4000만원으로

  • 입력 2005년 8월 3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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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옥수수라고요! 우리 마을을 부자로 만든 효자입니다. 효자!”

충북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 괴산에서 충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상에 위치한 이곳은 청주에서 1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오지마을.

80여 가구 22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조용한 곳이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진다. 7월 중순 경부터 나온 지역 특산품 ‘대학찰옥수수’를 구입하러 온 피서객과 택배차량이 줄을 잇기 때문.

도로가에 있는 30여 곳의 원두막 판매대 부근은 꼬리를 문 주차 차량과 가마솥에서 방금 쪄낸 옥수수를 맛보는 외지인으로 북적댄다.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한입 베어 물면 찰지고 고소한 맛에 놀란다. 알 껍질이 얇아 이 사이에 끼지 않고 달라붙지도 않는다.

‘대학 찰옥수수’는 충북도내 대표적인 오지 가운데 한곳인 방곡리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장연면을 거쳐 괴산군 전체로 퍼진 특산품이다.

방곡리가 고향인 최봉호(崔鳳鎬) 전 충남대 농대 교수가 1991년 고향을 위해 개발한 신품종. 장연 연농1호가 원래 품종명이지만 대학에서 개발하고 종자를 보급한다고 해 ‘대학찰옥수수’로 불린다.

대학 찰옥수수는 고추와 담배가 주작물이고 가구당 소득이 700만 원 정도이던 이 곳을 평균 소득 4000만 원에 육박하는 부자마을로 탈바꿈시킨 ‘진짜 효자’다.

첫 출발은 어려웠다. 10가구가 3ha재배를 시작, 수확을 했지만 기존 옥수수보다 크기가 작아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

그러나 주민들은 기존 옥수수와 비교할 수 없는 맛에 자신이 있어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주민의 노력은 결국 알찬 결실을 맺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폭주하고 재배농가와 면적이 크게 늘었다.

2000년 63가구(재배면적 42ha)로 늘더니 지난해는 괴산군내 921가구(380ha)로, 올해는 11개 읍면 1082가구(600ha)로 늘었다. 올해 예상되는 매출만 80억 원, 내년은 100억 원이 훌쩍 넘을 전망이다.

처음에는 기존 옥수수의 절반 값에도 팔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른다. 1포대(7kg, 30개)에 1만3000원으로 일반 옥수수 4000∼5000원 보다 훨씬 비싸지만 그나마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다.

첫 해 500평에서 올해 1만2000평으로 재배면적을 늘린 오순임(42·장연면 방곡리 간곡마을) 씨는 “5000만 원 정도 수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곡리 옥수수작목반 강인호(姜仁昊·49) 대표는 “1년 내내 ‘장연 대학찰옥수수’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조만간 냉동창고를 만들어 보관, 판매할 계획”이라며 “순수 품종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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