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배극인]아시아나 조종사노조 ‘배수의 진’ 쳤지만…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코멘트
파업 8일째인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24일 투쟁본부를 인천에서 충북 보은 속리산 인근으로 옮겼다. 앞서 22일에는 단체헌혈도 했다. 투쟁본부를 외진 곳으로 옮기면 추가 이탈자를 막을 수 있다. 또 헌혈을 한 조종사는 사흘간 조종간을 잡을 수 없다. ‘배수의 진’을 치고 파업 장기화에 돌입한 셈이다.

그러나 노조의 이 같은 ‘결연한’ 의지는 국민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 ‘귀족 노조’여서 만은 아니다. 이들의 요구가 고객의 안전을 볼모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무 전 혈중 알코올 및 약물복용 검사 금지, 영어자격(토익 630점 이상) 조건 폐지, 기장 허락만으로 조종실 자유 탑승 등….

이 가운데 조종실 자유 탑승 요구는 9·11테러 이후 전 세계 항공사들이 조종실 출입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영어자격 문제는 1999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발생한 화물기 추락 사건의 결정적 원인이 조종사와 관제탑의 의사소통 문제였다는 논란이 있는 점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노조가 비행 미숙 및 안전사고로 징계를 받은 조종사의 원상복귀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조종사의 승격이나 탑승 기종 전환, 징계 등을 의결하는 자격심의위원회 및 징계위원회에서 노조가 의결권을 갖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단순한 경영권 침해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노조는 임금 및 복지에 관해서도 해외 항공사나 경쟁사 조종사와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병으로 2년 동안 쉬면 급여를 100% 보장하라거나 연월차와 별도로 15일간의 단기병가를 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가 절대 무리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창사 이래 지난해 겨우 세 번째 흑자를 달성했다. 많은 직원들이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 대우를 인내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실’ 때문이다.

한미은행 노조도 지난해 36개월치 보너스를 요구하며 파업 13일째에 경기 여주 한국노총 연수원으로 옮겨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나 한미은행 노조는 고객이 줄줄이 떠나는 등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끝에 얼마간의 위로금을 받고 파업을 철회했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는 ‘과거’에서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배극인 사회부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