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게 아닌데…” 헌소 제기후 정부-與 압박 거세 당혹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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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숨을 죽이고 있다. 그룹 사령탑인 구조조정본부는 대외적으로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목소리도 쑥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실적이 부진한 데다 하반기 경영환경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공화국’이라는 사회 일각의 반(反)삼성 분위기도 여전하다. 이런 분위기는 삼성그룹이 지난달 29일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제11조 3호(4월 1일 발효)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더욱 고착화됐다.》

○ 헌법소원 제기 때 내부 논란 일어

헌법소원 제기 이후 당장 공정위와 열린우리당이 삼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압박이다. 삼성이 헌법소원을 낸 것을 불편해 하는 속내를 담고 있다.

삼성 구조본의 한 임원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때만 해도 언론 보도가 2, 3일이면 끝날 것으로 판단했는데 계속 확산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기업이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치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는 것.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으로 판단했고, 정부의 ‘삼성 옥죄기’에 계속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헌법소원을 제기하기까지는 실무책임자인 이종왕(李鍾旺) 법무팀장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를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분석. 이건희(李健熙) 회장에게는 이 본부장이 막판에 보고했다.

헌법소원 제기에 대해 구조본 내부에서는 ‘불협화음’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팀을 제외한 다른 팀에서는 정부와의 마찰을 경계하면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는 것.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헌법소원 제기는 변호사 출신이라면 검토할 만한 시도”라며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상황논리’보다 법률적 판단이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 헌법소원 제기 파장 확산에 당혹

삼성 관계자는 “삼성공화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법안 공포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내지 않으면 문제를 제기할 기회조차 놓치는 상황이었다”면서 “공정거래법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판단을 받아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삼성은 헌법재판소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이 주주 평등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다 해도 최소한 의결권 제한을 현행 30%에서 15%로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구조본의 한 임원은 “법무팀과 법무법인 등을 통해 검토한 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여기엔 삼성을 겨냥한 듯한 법 조항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정책적인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헌법소원 제기 이후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삼성을 옥죄는 법안을 잇달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삼성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룹 일각에선 ‘원칙적 대응’ 방침이 반삼성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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