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쭉날쭉한 금 가격
조사대상 20곳 가운데 이중 가격을 제시한 곳은 14곳. 현금과 신용카드 판매가격은 최소 5900원에서 최대 1만1000원까지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격 차이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부가세율 10%. 카드 결제를 하면 해당 금은 즉시 국세청 전산망에 ‘과세 금’으로 포착된다.
재정경제부, 국세청, 관세청,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금은 △정식 수입 금 △면세 금(금융상품 및 귀금속 원재료용) △밀수 금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정식으로 수입된 금은 관세 3%와 부가세 10%를 모두 내고 들여오기 때문에 가장 비싸다. 밀수 금과 불법으로 유통되는 면세 금은 싸다.
부가세 10%의 차이는 ‘밀수의 유혹’을 낳는다.
올해 들어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국제 금 시세가 올랐는데도 세관은 1∼5월 8건, 14억2800만 원어치의 금 밀수를 잡아냈다.
이달 초에는 홍콩으로부터 금괴 50kg(7억5000만 원어치)을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로 위장 반입하려다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
관세청은 금을 ‘밀수 위험이 심각한 물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 금 수출입 급등락… 통계 왜곡
혼탁한 국내 금시장은 수출입 통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금 수출입 금액은 정부가 2003년 7월부터 2년간 금 도매업자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해 줌에 따라 2003∼2004년 크게 늘어났다.
2002년 금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9억3755만 달러, 17억3830만 달러에 그쳤지만 2004년에는 각각 29억7787만 달러, 34억9105만 달러로 2∼3배로 증가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세금을 내지 않고 수입돼 재수출 과정에서 내지도 않은 부가세를 되돌려 받은 금이 상당량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부가세 부정환급을 막기 위해 올해 4월부터 납세담보제도를 실시하자 금 수출입은 다시 크게 줄었다. 올 1∼5월 금 수출액은 6890만 달러, 수입액은 3억282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국가 수출입 통계까지 왜곡되는 현상이 생겼다.
한국은행은 4월 수출 총액이 229억6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9%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금 요인을 빼면 3.2%포인트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 대안은 없나
재경부는 금융상품 및 귀금속 원재료용 금에 대한 부가세 면제기간을 이달 말에서 2007년 12월 말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납세담보제도가 있는 만큼 부가세 면제기간을 연장해 세금을 탈루하는 무자료 거래와 밀수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으로는 금시장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현금화하기 쉬운 금에 부가세를 물리는 제도가 남아 있으면 이중 가격은 언제든지 형성될 수 있다는 것.
대부분의 유럽연합(EU) 회원국은 금을 화폐와 금융상품, 산업용 원재료 등으로 인식해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금에 대해 5%의 소비세를 부과하며, 미국은 주 정부에 따라 낮은 세율의 세금을 물리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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