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주식 안가져야 청렴한가" 반자본주의 세태 비판

  • 입력 2005년 3월 24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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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朴炫柱) 미래에셋 회장이 "한국 주식의 저평가 현상은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비자본주적인 요소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밀레니엄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린 경영인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이 자본주의를 한다고 하지만 비자본주의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한국 사회에선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야 청렴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우리가 자본주의를 한다고 하면서 이런 분위기로 계속 가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한국경제가 발전하기도 어렵다"고 반자본주의적인 세태를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인텔 주식을 비교하면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반면 인텔은 7조9000억원 이익을 내는데 그쳤다"며 "하지만 인텔의 시가총액이 153조원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63조원으로 3분의 1수준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두 회사의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고향을 잘못 만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었다면 훨씬 주가가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만 비교해 봐도 한국은 8.1배로 대만(12.0배)이나 인도네시아(11.8배)보다고 오히려 더 저평가돼 있다"면서 "인도네시아에선 테러위협이 있고, 대만은 전쟁이 언제 날지도 모르는데 한국 주식이 이들 나라보다 저평가돼 있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의 월급이 50만원인 중국에선 상해에 연간 2600만원의 수업료를 내는 외국인 중학교가 있어 내가 직접 가서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그 모습을 보고 아주 충격을 받았다. 평등을 강조하는 우리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주식 투자비중이 높은 데 대해 "우리가 2002년 월드컵 축구 구경한다고 '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들떠 있을 때 외국사람들은 한국주식을 무더기로 사 놓았다"면서 "이 조그만 나라에 한해 1조원의 수익을 올리는 회사가 13개나 있는데도 한국 기업에 대해 가치를 너무 폄하하는 바람에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주식 저평가)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평등주의는 너무 강하다"면서 "골프를 잘 못 치는 사람에게 '핸디'를 주고 폭탄주를 잘 못 먹어도 모두 마셔야 하는 분위기"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또 "대우의 재무구조가 나빴던 것은 탓해야 하지만 대우가 '세계 경영'을 한다며 그 누구도 엄두내지 못한 일에 도전한 기업 정신에 대해서까지 비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국내의 반 기업 정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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