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 저평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기업지배구조 탓이라고?

  • 입력 2005년 3월 20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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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없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외국 기업보다 저평가됐다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말이 유행했다. 한국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삼성의 보고서는 ‘낙후된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한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일부 정부 당국과 시민단체, 외국 언론의 시각을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연구소, ‘기업지배구조와 주가는 무관’=삼성경제연구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기업지배구조’라는 보고서에서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을 외면하고, 그 결과 주가가 저평가돼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보고서는 먼저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로 보면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근거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주요국 증시의 PER를 비교하면 한국(16.9배)은 일본(48.7배)과 미국(32.2배), 대만(20.8배)에 이어 4위로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이나 일부 신흥시장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가 나빠서 주식이 헐값이라는 주장도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운영하는 기업지배구조지수 구성종목에 포함된 지배구조 우량기업 36개와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시가총액 상위종목 36개의 재무지표를 비교한 결과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군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4.8%로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의 13.41% 보다 오히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배주주의 지배권이 높은 기업의 주가는 저평가되는 사례가 있지만, 이것도 기업의 수익성이 낮아서가 아니라 사모(私募)펀드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패턴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지배구조 탓보다는 안보 위협, 정치 불안, 소모적 노사관계로 인한 ‘신흥시장 디스카운트’ 현상이 한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노사관계 안정과 기업의 성장 동력을 찾아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정위, “보고서 내용 납득 못 하겠다”=대기업 규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일부 시민단체도 보고서 내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주요 원인은 재벌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라며 “기업지배 구조가 좋은 기업이 경영 성과도 양호하다는 분석도 나와 있으며, 분석 대상이 되는 시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외부감사인 의무교체制…국제상의 “잘못된 처방”▼

국제 민간경제기구인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최근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세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외부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를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외부감사는 주식회사로부터 독립된 외부의 감사인이 하는 회계감사를 말한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ICC 금융보험서비스위원회는 최근 ‘외부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는 잘못된 처방’이란 제목의 약식 보고서를 통해 “외부감사인 의무교체제도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기업, 투자자, 회계법인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ICC 금융보험서비스위원장인 중국계 투자기업 ‘퍼스트 이스턴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빅터 추 회장은 “이 제도가 이사회, 주주,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시키기보다는 이들의 권리와 자율권을 제한한다”며 “회계감사 때마다 새로운 입찰절차를 도입하고 새로 구성된 회계팀은 급하게 주요 보고사항을 작성해야 하는 등 비용 증가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ICC는 현재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년 임기의 회장을 맡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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