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조업+인도의 IT…세계경제 ‘雙龍’ 뜬다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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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소프트웨어의 1인자이고 우리는 하드웨어의 1인자다. 이 둘을 합치면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2002년 1월 주룽지(朱鎔基) 전 중국 총리는 인도 뉴델리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당시만 해도 허황되게 들렸다. 국경 분쟁으로 양국의 긴장이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그 뒤 3년.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말 군사적 외교적 갈등을 종식시킨 데 이어 올해 초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한 양국의 경제 협력이 전략적 제휴의 단계를 심화시켜 가면서 이제 세계 경제의 지각변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특히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4월 초 인도를 방문해 올해 중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43년 만의 양국 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거대 ‘잠룡(潛龍)’의 발걸음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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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몸통’에 인도의 ‘머리’로!=인도의 최대 소프트웨어 교육회사인 NIIT.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지난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전국 108곳의 정보통신(IT) 교육센터에서 2만5000명 이상의 중국 학생을 유상으로 교육시켰으며 3000만 달러어치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 중국 가전업체 TCL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의 고급 인력과 기술을 활용해 중국과 인도에서 TV, DVD플레이어,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의 ‘머리’와 중국의 ‘몸’이 만나는 현장이다.

양국 간 무역액은 2001년 36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엔 4배 가까이 늘어난 136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를 기록했다. 2001년만 해도 양국간 직항로가 없었지만 지금은 1주일에 5차례 항공기가 운항되고 있다. 인도는 2년 후 최대 교역국으로 현재의 유럽연합(EU)이 아닌 중국을 꼽고 있다.

▽생존을 위한 공생=최근 두드러진 양국 간 경제협력에는 국제 정세와 경제 성장이란 요소가 맞물려 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 온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19일 워싱턴에서 외무·국방장관들이 참석해 안보동맹회의(2+2회담)를 갖고 “대만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양국 공통의 우려 사항”이라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엔 인도가 큰 원군이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말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환심을 사 두었다.

이런 공조를 바탕으로 한 양국의 협력은 세계경제에서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가질 전망이다. 란젠쉐(藍建學)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연구원은 “양국의 경제 협력이 현재의 속도로 진행되면 2020년 13억 인구의 중국과 10억 인구의 인도가 만들어 내는 국내총생산 규모는 각각 20조4000억 달러, 10조 달러로 둘을 합칠 경우 같은 해 기준 미국 20조 달러의 1.5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李地平)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한국도 양국의 아시아시장 분할 지배에 맞서기 위해선 경제와 정치 논리를 구분해 정치적으로 껄끄럽더라도 일본과 전략적으로 FTA를 맺는 등 국제무대에서 경제적 실익을 챙겨야 한다”고 분석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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