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아닌 독약’ 농약인삼 유통…암유발물질 40배초과 중국산

  • 입력 2005년 2월 2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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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좀 보세요”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 2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농약이 다량 포함된 중국산 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맹독성 농약과 곰팡이가 다량 함유된 이들 중국산 삼이 서울 경동시장 등에서 고려인삼으로 둔갑해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
“곰팡이 좀 보세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 2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농약이 다량 포함된 중국산 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맹독성 농약과 곰팡이가 다량 함유된 이들 중국산 삼이 서울 경동시장 등에서 고려인삼으로 둔갑해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농약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중국산 삼(蔘)을 고려인삼 등 국산으로 속여 판 서울 경동시장 일대 상인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판매한 중국 삼에는 벤젠헥사크로라이드(BHC)와 퀸토젠(Quintozene) 등 농약성분이 허용 기준치보다 1.5∼40배 들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성시웅·成始雄)는 농림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합동 단속을 벌여 S인삼 업주 송모 씨(49) 등 4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김모 씨(64·여)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또 품질검사를 받지 않은 국산 인삼을 팔기 위해 보관한 혐의(인삼산업법 위반)로 임모 씨(54)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씨는 2003년 7월∼2004년 12월까지 BHC가 허용기준치(0.2ppm)의 40배(8.0ppm), 퀸토젠은 허용기준치(1.0ppm)의 1.77배(1.77ppm)가 들어 있는 시가 4500만 원 상당의 중국산 홍삼 425kg을 고려인삼으로 속여 팔아 3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살충제인 BHC는 발암 물질이 들어 있어 먹으면 암이나 구토, 경련, 불안, 근육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부패방지용 농약인 퀸토젠은 몸에 붉은 반점을 일으키거나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검찰은 국산 홍삼 4년근의 경우 600g 구입가가 8만∼10만 원, 판매가가 12만∼16만 원인데 비해 중국산은 구입가가 2만 원이나 송 씨 등은 이를 국산으로 속여 6만∼10만 원에 팔아 3∼4배의 폭리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17명중 13명 영장기각 그럴수 있나”▼

중국산 삼을 국산 인삼으로 속여 판 상인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검찰과 법원 간에 신경전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성시웅(成始雄) 형사2부장은 2일 수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뒤 이례적으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17명 중 13명이 기각된 데 대해 이야기를 좀 하겠다”며 법원의 결정을 비난하는 A4용지 2장 분량의 글을 발표했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이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공식 브리핑에서 공개적으로 성토하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이 사건은 독약을 판매한 사안이므로 일단 전원을 구속했다가 사유가 있으면 구속적부심제도나 보석을 통해 석방하는 것이 합리적인 처사”라며 “언제부터 독약을 판매해도 구속되지 않는 나라가 됐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이충상(李忠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출된 성분은 독약이 아니라 농약성분으로 어느 인삼에서나 다 검출된다”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 허용기준치를 얼마나 초과했는지, 압수 물량은 얼마인지, 동종 전과는 있는지 등을 따져 구속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는 17명 전원에 대해 불구속 의견을 냈는데 검찰 표현대로 ‘독극물’이라면 경찰이 그렇게 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성 부장은 “경찰이 아니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송치했는데 원산지 허위표시에 대해서만 단속 권한이 있어 이 부분만 송치를 했고 유독물 혐의는 검찰이 추가로 포함시켰다”며 “원산지 허위표시 사범은 통상 구속하지 않는다”고 재반박했다.

한편 검출된 농약성분 벤젠헥사크로라이드(BHC)와 관련해 전 농업과학기술원 농업연구관 송병훈(宋炳薰) 박사는 “농약은 인체에 미치는 유해 정도에 따라 맹독성, 고독성, 보통독성, 저독성으로 나누는데 BHC는 보통독성”이라며 “하지만 분해가 안 돼 인체에 오래 잔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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