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 긁어모으는 국제 사모펀드]미국계 빅펀드 年수익률 20%

  • 입력 2005년 1월 12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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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인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 매각을 통해 불과 5년 만에 1조2000억 원을 벌어들이면서 사모펀드의 ‘높은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비공개적으로 자금을 조성해 기업 인수합병(M&A),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하는 펀드. 현재 전 세계적으로 2700개 이상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미국계이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제왕=영국의 경제전문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특집기사를 통해 “사모펀드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을 주도하는 등 자본주의의 제왕으로 새롭게 등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내에도 뉴브리지캐피탈과 함께 한미은행 지분을 인수한 뒤 씨티은행에 매각해 7000억 원의 차액을 남긴 칼라일,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등 미국계 사모펀드가 들어와 활동 중이다.

뉴브리지캐피탈은 펀드 규모가 17억 달러로 아주 큰 규모는 아니다. 반면 칼라일은 19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사모펀드다. 전체 직원이 230명에 불과하지만 투자 대상 기업들을 계열사로 볼 경우 ‘칼라일그룹’은 전 세계에서 15만 명을 고용해 연매출 310억 달러를 올리고 있다.

▽놀라운 수익률의 비결=수익률은 펀드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상위펀드의 경우 연평균 수익률이 20%를 훨씬 넘는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미국의 KKR는 지난 18개월 동안 투자자들에게 무려 90억 달러를 배당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천문학적인 자금동원력 △최고 실력을 갖춘 투자 전문인력 △철저한 수익률을 근거로 하는 투자 등을 들 수 있다. 200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사모펀드가 조성한 자금은 1600억 달러에 이른다.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은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수익률은 유럽과 아시아 지역이 높고 미국은 대체로 낮다. 이는 그만큼 유럽과 아시아에는 가치를 높여서 되팔 수 있는 비효율적인 기업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도 사모펀드 키울 때=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취임 이후 사모펀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 법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이 “일부 기업에 특혜를 줄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삼으면서 법안 내용들이 심의과정에서 많이 바뀌었다.

현재 사모펀드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펀드 규모가 각각 1000억 원에서 3000억 원 안팎으로 외국계 펀드에 비해서는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M&A 시장에서 토종 사모펀드가 본격적인 대항마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우리금융지주 등의 매각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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