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유예 10년 추가 연장

  • 입력 2004년 12월 30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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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내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추가로 연장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가로 쌀 의무수입물량을 현행 21만5000t(1988∼90년 연평균 쌀 소비량의 4%)에서 2014년까지 40만8700t(7.96%)으로 늘려야 한다. 이 가운데 10∼30%에 해당되는 물량은 소비자에게 밥쌀용으로 판매해야 한다.

관세화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지만 한국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에 대해 예외적으로 올해까지 관세화 유예를 적용받았다.

정부는 3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쌀 관세화 유예방침을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 중 국회 비준 절차를 밟기로 결정한 뒤 관련 이행계획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행계획서는 약 3개월 동안 WTO 회원국의 점검을 거쳐 국회 비준을 받으면 즉시 발효되므로 이르면 6월경부터 수입쌀의 소비자 판매가 시작된다.

비준을 받지 못하면 WTO 농업협정문에 따라 ‘관세화 의무’가 발생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허상만(許祥萬) 농림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세화를 선택할 경우 앞으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더라도 일정량의 수입 증가가 불가피하며 DDA 협상결과도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모두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쌀 협상단은 관세화 유예기간 중 언제든지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으며 이때 추가부담은 없는 것으로 협상 상대국과 합의했다.

허 장관은 “WTO 회원국의 검증 과정에서 일부 회원국의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검증기간에 협의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며 “일부 협상 상대국과의 부가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문서형태의 별도 합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세화 유예 10년 추가 연장]수입쌀 공세…품질경쟁 예고▼

정부가 쌀 협상 종료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 ‘관세화 유예 기간 10년 추가 연장’ 방침을 확정함에 따라 국내 쌀 시장은 일단 ‘전면 개방’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유예에 따른 대가로 내년부터 수입쌀이 처음으로 소비자에게 밥쌀용으로 판매될 예정이어서 쌀 생산 농가에 심리적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절반의 성공’=정부 쌀 협상단이 이날 내놓은 협상 최종 결과는 17일 공개한 잠정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관세화 추가 유예기간 10년째인 2014년 의무수입물량이 41만 t(1988∼1990년 연평균 쌀 소비량의 8%)에서 40만8700t(7.96%)으로 0.04%포인트 줄었다.

일본과 대만이 각각 쌀 관세화 유예를 받는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6년간 8%, 1년간 8%까지 수입하기로 합의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한국은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간 7.96%를 허용한 것이므로 유리한 협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또 수입쌀의 제3국 재수출 문제는 이행계획서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해 대북 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것도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인 7.4%와는 차이가 크며 관세화를 선언할 경우 예상 수입량이 7.1∼7.5% 이하가 될 확률이 95%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감안하면 경제적으로는 불리하다.

허상만(許祥萬) 농림부 장관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결과를 3년 뒤에나 알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관세화 유예를 선택한 뒤 DDA 협상 결과를 보고 다시 한번 판단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수입쌀 소비자에게 판매=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이던 수입쌀의 소비자 판매는 빨라야 내년 6월경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한 정부의 이행계획서를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점검하고 국회 비준절차를 거쳐야 하며 수입쌀의 공매 절차를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수입쌀은 원산지와 브랜드가 표시돼 판매되며 가격은 국내 쌀값보다 10% 정도 낮을 것으로 농업통상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는 국내산보다 80kg 가마당 1만∼2만 원 저렴한 가격이다.

▽남은 고비 첩첩산중=정부안이 확정됐지만 이행계획서에 대한 WTO 회원국의 점검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인도와 이집트 등 일부 협상국과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점검기간 중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 비준에 1년이 넘게 걸린 것을 감안하면 이번 쌀 협상 결과에 대한 비준도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럴 경우 관세화 의무가 발생해 예상치 못한 시장 개방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농림부는 설명했다.

전국농민연대는 이날 정부 발표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정부의 쌀 협상 결과는 농업, 농촌의 파탄을 초래할 것”이라며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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