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결과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외국 쌀의 소비자 판매가 허용됨으로써 쌀 시장 ‘빗장’이 풀렸다는 사실이다. 의무수입물량 가운데 밥쌀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내년 10%를 시작으로 점차 30%까지 확대된다. 외국 쌀이 일반가정의 식탁을 파고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음식점이나 단체급식시장은 빠른 속도로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화 유예가 한시적이라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10년 뒤 추가로 관세화를 연장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중도에 우리 스스로 관세화를 선언하게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현행 방식보다 관세화가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정부는 쌀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는 것을 전제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인위적인 가격 떠받치기를 줄이고 생산경쟁력을 높여 국제 쌀값과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농촌의 소득 저하 등 부작용은 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지원 방법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농촌 복지를 내실화함으로써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10년간 농촌과 농업에 지원하기로 한 110조 원의 쓰임새도 철저하게 옥석을 가려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농촌의 악성부채로 둔갑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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