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방 이겨낼 농촌대책 서둘러야

  • 입력 2004년 12월 30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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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국 미국 등 9개국과 벌여온 쌀 관세화(고율관세 부과 수입개방) 유예기간 연장협상을 마무리하고 이행계획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했다. 관세화시기를 10년 더 늦추는 대신 국내 소비량의 4%인 의무수입물량을 7.96%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관세화를 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한 협상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관세화에 대한 농민 반발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협상 결과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외국 쌀의 소비자 판매가 허용됨으로써 쌀 시장 ‘빗장’이 풀렸다는 사실이다. 의무수입물량 가운데 밥쌀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내년 10%를 시작으로 점차 30%까지 확대된다. 외국 쌀이 일반가정의 식탁을 파고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음식점이나 단체급식시장은 빠른 속도로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화 유예가 한시적이라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10년 뒤 추가로 관세화를 연장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중도에 우리 스스로 관세화를 선언하게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현행 방식보다 관세화가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정부는 쌀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는 것을 전제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인위적인 가격 떠받치기를 줄이고 생산경쟁력을 높여 국제 쌀값과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농촌의 소득 저하 등 부작용은 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지원 방법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농촌 복지를 내실화함으로써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10년간 농촌과 농업에 지원하기로 한 110조 원의 쓰임새도 철저하게 옥석을 가려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농촌의 악성부채로 둔갑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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