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분구조 공개]“기업보호커녕 경영권 무장해제”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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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지분구조 공개에 대해 의도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업 총수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 여론재판으로 몰고 가려는 치졸함까지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재계가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가장 강력히 반발하는 부분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대기업들에 대해 굳이 소유 및 지배 구조 개편을 거론하며 압박할 필요가 없다는 것.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李京相) 기업정책팀장은 “공정위의 지분구조 공개는 총수가 경영을 잘하느냐, 못 하느냐가 아니라 지분이 충분한지 그렇지 않은지에만 맞춰져 있다”며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포드자동차도 창업주 일가가 7%의 지분으로 40%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총수 지분이 낮으면 무조건 소유 및 지배 구조가 왜곡돼 있다는 발상 자체가 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만 도움이 될 뿐 지금과 같은 대기업의 소유 및 지배 구조를 바꾸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정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보고서가 각 기업의 취약한 지분구조를 외부에 알려주는 꼴이 돼 결과적으로 M&A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총수와 그 친인척의 보유 지분을 정부가 공개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법적인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개인의 재산 내용을 정부가 외부에 공개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저촉될뿐더러 공정위가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공표하는 것 또한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것.

전국경제인연합회 양금승(梁金承) 기업정책팀장은 “한국 기업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되레 경영권을 무장해제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사생활과 기업의 영업 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여론몰이식 재판을 통해 대기업의 소유 및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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