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장애인 ‘남도전자’ 강금순대표의 새해소망

  • 입력 2004년 12월 24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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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전자 대표 강금순 씨(오른쪽)와 장애인 직원들. -마산=정양환 기자
남도전자 대표 강금순 씨(오른쪽)와 장애인 직원들. -마산=정양환 기자
“내년엔 일감이 많이 늘어 회사를 나갔던 장애인 식구들이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경남 마산시 신월동에 있는 한 조그만 전자부품 공장. 부품을 조립하느라 열심히 손을 놀리는 직원들의 모습은 여느 공장과 다름없지만 이곳 ‘남도전자’는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직원 모두가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관리직 2, 3명을 제외하곤 모두 언어장애, 정신지체장애 등 1∼6급의 장애 판정을 받은 직원들이다.

회사 대표인 강금순 씨(66·여)는 “2001년에 이웃에 살던 지체장애인이 재활교육을 받고도 취직이 안 되는 걸 보고 장애인만의 회사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뒤 실행에 옮겼는데 벌써 4년이 됐다”고 말했다.

강 씨의 남모르는 선행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신발공장의 하청 일을 하던 강 씨는 우연한 기회에 경남도 여성회관 회원으로 가입했고, 마침 그해 12월 크리스마스를 맞아 회원들과 인근 마산교도소에 위문공연을 갔다가 ‘평생봉사’의 길로 들어섰다.

강 씨의 봉사활동은 분야가 따로 없다. 그때 시작한 재소자 뒷바라지는 이후 마산교도소 교정협의회장을 맡는 데까지 이르렀고, 여성회관 봉사회 일과 함께 결식아동과 독거노인도 돕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인 이주형 씨(33·정신장애 3급)는 “사장님인 할머니가 가족처럼, 어머니처럼 대해 줘 일할 맛이 난다”며 “딴 곳에 취직했다가도 1∼2주 만에 돌아오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장의 운영은 그리 쉽지 않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납품을 받아주는 곳을 찾기 어려웠고, 그나마 가장 컸던 거래업체는 경기불황 탓에 지난해 중국으로 옮겨 갔다. 한때 60명이 넘던 직원이 지금은 20여 명으로 줄었고, 어떤 달은 1000만 원씩 적자가 나기도 한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느냐”며 폐업을 권유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때마다 남편(72)을 비롯한 가족의 신뢰는 가장 큰 힘이 됐다. 특히 막내아들인 이양우 씨(33)는 자신이 하던 정비업도 접고 회사의 관리과장을 맡아 어머니를 돕고 있다.

강 씨는 “아들은 제대로 복지 일을 하려고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며 자격증도 여럿 땄다”며 “아들이 ‘어머니 덕분에 삶의 행복을 배웠다’고 말했을 때 제일 고마웠다”고 말했다.

강 씨의 새해 소망은 내년엔 경기가 풀려 납품 건수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것. 사정만 나아지면 어려울 때 내보내야 했던 직원들을 꼭 다시 불러들이고 싶다. 다행히 최근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몇몇 업체가 일감을 보내줘 강 씨는 더욱 희망에 부풀어 있다.

강 씨는 “나갔던 식구들이 다시 돌아올 정도만 돈을 벌면 바랄 게 없다”면서 “나라 경제도 빨리 나아져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산=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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