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圈 ‘기업 과거분식회게 사면’ 진통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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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분식(粉飾)회계를 사면해 달라는 재계의 요구가 국회에서 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는 재계의 요구와 관련해 “앞으로 3년 동안 과거 분식회계를 정리할 기회를 주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국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당에서 방침을 다 정해 놓고 따르라니 우리가 들러리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법사위 “예정대로 강행” 주장=17일 열린 법사위 간담회에선 증권집단소송법 개정방안을 둘러싸고 3시간 30분이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정부에선 재정경제부와 법무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참여연대에서도 참석해 ‘분식회계 소송 적용시기’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였다.

여당 법사위원 사이에선 일단 법 개정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 참석자는 “작년에 이 법을 만들 때 재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면서 “시행을 코앞에 두고 바꾸자는 것은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지 말자는 얘기”라며 재계를 비난했다는 후문이다.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전경련 등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부칙(附則) 2항의 경우 법 시행 이후의 분식회계 행위에 대해서만 소송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어 따로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개혁성향의 법조인 출신이 많은 법사위 분위기는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에 법 개정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 이미 시행키로 한 증권집단소송을 고칠 경우 개혁의 후퇴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책위 “3년 유예기간 둬 정리하자”=반면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는 “그동안 당정회의를 수차례 열어 기업들이 회계장부를 정리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두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가고 있다”고 밝혔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법 해석과는 달리 “법을 고치지 않을 경우 증권집단소송의 남발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회계의 속성상 과거 분식행위를 한꺼번에 털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과거분식의 경우 3년간 집단소송대상에서 빼줘야 한다”는 게 정책위의 다수 의견이라는 것.

재경위 소속 김종률(金鍾律) 의원은 “집단소송제도가 시행되는 2005년 이후 분식회계에 대해선 엄격히 책임을 묻겠지만 정치 경제적인 이유로 과거의 피치 못한 분식회계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두도록 법개정을 해야 한다는 게 정책위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장하원 정책실장은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사면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적 타협 가능성=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로 여야가 맞서고 있는 법사위에서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후 순위로 밀려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도 “과거 분식행위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재계 쪽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연내 처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법사위원들을 설득해 늦어도 내년 2월 전까지는 증권집단소송법을 개정해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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