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社, 고객보호는 ‘뒷전’ 요금인하는 “NO”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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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 가입자인 회사원 김모 씨(32)는 최근 휴대전화를 통해 ‘SK텔레콤 서비스에 가입하면 휴대전화가 공짜’라는 광고메시지를 받았다. 김 씨는 가뜩이나 ‘정보화 시대의 공해’로 불리는 쓰레기편지(스팸메일)를 날마다 받아 짜증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가 첨단 통신 수단을 이용해 ‘공해’를 조장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또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올해 수시로 ‘공정한 경쟁을 벌이겠다’고 다짐해 놓고도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기 위한 마케팅이 끊이지 않는 현실도 답답했다. 최근 이동통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첨단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고객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이동통신 요금이 적정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첨단 서비스에도 고객 보호는 뒷전=이동통신사들은 휴대전화로 이용하는 최신 서비스를 계속 내놓으면서 ‘정보화 시대를 선도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첨단 서비스’의 구호에 넘어갔다가 피해를 봤다는 고객이 적지 않다.

LG텔레콤에 가입한 중학생 박모 양(14)은 휴대전화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했다가 최근 월 6만원이 넘는 요금청구서를 받고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았다. 박 양은 “통화료가 ‘1패킷당 2.5원’이라는 설명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전화를 사용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도 개인정보 유출 등 사생활 침해 요인이 방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SK텔레콤 가입자인 주부 최모 씨(32)는 12월 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평소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친구등록 신청을 받고 깜짝 놀랐다. 최씨는 “유선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가 이런 일을 겪었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유선 콘텐츠가 무선으로 마구 연결되면서 ‘나만의 영역’이 나도 모르게 외부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의 고객 보호는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봉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KTF는 올해 10월 고객정보가 범죄 집단으로 유출된 사건이 터진 뒤에야 내부 직원의 고객정보 조회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사이버센터 여춘엽 차장은 “첨단 서비스 이전에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고 요금 정보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요금정책=이동통신업체들은 그동안 휴대전화 요금으로 초기 투자비를 대부분 회수하고도 올해 9월 이후 기본요금 등을 더 내리지 않고 있다. 기본요금은 전화를 사용하지 않아도 가입자가 무조건 내야 하는 돈이다.

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한국의 기본요금은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은 나라의 2배 이상이다.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은 초기 설비 투자비용이 많아 기본료를 더 이상 내리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통부 등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기초 설비 투자는 12조 원인 데 비해 1998∼2003년 기본료 수익은 25조 원을 넘었다.

전문가와 소비자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기본요금을 추가로 인하할 것을 요구하지만 이동통신업체들은 현재 1만2000∼1만3000원인 기본요금을 더 인하하기 어렵다며 버티고 있다.

SK텔레콤은 “기본요금은 정통부의 인가 사항이기 때문에 회사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KTF와 LG텔레콤은 “기본요금을 더 내리면 후발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더 나빠진다”고 해명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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