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곤두박질…배럴당 40달러 미만으로 떨어져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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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50달러를 웃돌던 국제 원유가가 최근 40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 여파로 세계 원유공급기지 역할을 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분주해졌다. ‘고유가 유지’와 ‘생산여력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원유가 안정세=불과 2개월 전만 해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50달러를 넘었다. 수요 급증으로 원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WTI는 7일 41.4달러로 10월 25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55.7달러)에 비해 26% 가까이 급락했다. 브렌트유도 이날 현재 37.2달러로 10월 27일 사상 최고 수준(52.0달러)보다 28% 넘게 내려앉았다.

원유가 급락은 미국 난방유 재고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올겨울 북반부 날씨가 따뜻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유업체가 증산에 나선 영향이 컸다.

▽OPEC 감산 나설듯=1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OPEC 총회는 원유 생산량 감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회원국들이 2005년에도 적정 수준의 고유가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OPEC가 희망하는 내년도 원유가는 배럴당 30∼35달러. 이 가격대를 유지하려면 석유 주소비지역인 선진국들이 확보한 원유 재고량이 적어야 한다. OPEC를 사실상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감산을 시작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알 하미리 에너지장관은 “생산량을 축소해도 원유가가 떨어지면 생산 쿼터(할당량)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OPEC는 회원국 총 쿼터인 하루 2700만 배럴보다 300만 배럴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OPEC 영향력 커져=전문가들은 OPEC의 고유가 의지가 결국 관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비(非)OPEC 산유국들의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80년대 OPEC가 누렸던 전성시대가 내년에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여력을 하루 150만 배럴 더 늘려 총 1500만 배럴로 확충하기로 했다. 10일 OPEC 총회에서도 사우디를 선두로 회원국들의 생산여력 증가가 주요 사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원유 수요 폭증과 공급 부족 사태가 겹칠 경우 원유가가 너무 치솟아 수요 급락→원유가 급락의 연쇄반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생산여력 확충이 OPEC가 원하는 수준의 고유가를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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