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집단소송 大亂 막아야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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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들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 대상에서 과거의 분식(粉飾)회계를 제외해 달라는 청원서를 국회에 냈다. 법 시행일 전에 있었던 분식회계까지 소송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 제정 취지와 법률 불소급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민사 행정 형사상의 책임까지 모두 면제해 달라는 것이 아닌 이번 청원은 일리가 있다.

집단소송제도는 국내의 기존 법체계나 투자문화에 이질적인 제도다.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으로부터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고 투명경영 관행을 정착시키려는 법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연착륙을 유도하는 대책이 긴요하다.

미국에서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90건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제기돼 이에 따른 기업 손실이 한 해 125조원꼴에 이른다. 투명한 회계 관행이 정착돼 있다는 미국에서도 이런데, 분식회계가 오랜 관행이었던 국내에서 ‘과거’까지 문제 삼는다면 그 파장이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대란(大亂)을 부를 수 있다. 무더기 소송과 엄청난 손해배상 때문에 수많은 기업의 경영 기반이 흔들리고, 결국 심각한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 또한 크다.

소송이 두려워 분식회계를 계속 떠안고 가려는 기업이 생겨날 소지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소송 남발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만 커지고 투명한 기업문화의 정착은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들이 분식회계의 주된 책임을 면할 수는 없지만 정경유착 관행 등 분식을 부채질한 정치 사회적 책임도 적지 않다. 여야는 집단소송의 효력이 과거로 소급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기업들이 정경유착과 분식회계 같은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떨쳐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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